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단순한 기업 합병보다는 ‘넥슨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공정위 결정 이전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개월 전인 지난 10월 넥슨코리아가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면서 갈등관계는 시작됐다. 당시 넥슨코리아는 엔씨소프트 주식 8만8806주(0.4%)를 추가로 사들이며 엔씨소프트 최대주주(15.08%)로 올라섰고, 곧바로 엔씨소프트와의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0.4%는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타사 주식 15%(상장사에 해당)를 취득하면 공정위에 신고를 하고,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넥슨의 추가 지분 매입은 공정위의 기업 결합 승인까지도 계산된 결정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김택진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최대주주인 넥슨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김정주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기업결합 승인으로 김택진 대표의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됐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좀 더 자유롭게 확보하며 경영권 개입 여지를 더욱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적대적 M&A도 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4.92%만 추가로 매입할 경우 전체 보유 지분이 20%에 달해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계열사로 편입될 수도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는 김택진 대표로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김택진 대표는 상당히 다급해졌다. 당초 넥슨에 엔씨소프트를 넘길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을 테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김택진 대표가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등 하루 빨리 방어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넥슨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