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현장을 가다]삼성전자, 찾아가는 환경교실…여기저기 손 번쩍

입력 2014-12-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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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직접 만든 ‘간이정수기’…오염된 물 깨끗하게 정화되자 곳곳서 감탄사

“선생님, 결혼했어요?”, “선생님, 키는 몇이에요?”

경기도 수원효정초등학교 4학년 1반이 시끌벅적하다. 담임선생님이 아닌, 검은색 안경을 쓰고 키가 큰 ‘아저씨’를 바라보는 24명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 이는 수원효정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환경교육 봉사활동에 참여한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박세진 선임. 삼성전자 수원봉사단은 올해 6월부터 수원시내 9개 초등학교 82개 학급(약 2340명)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실시 중이다. 임직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재능을 활용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해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기자는 박 선임이 수업을 실시한 수원효정초등학교 4학녀 1반 수업의 보조 선생님으로 함께 참여했다. 이날 박 선임 이외에도 CS환경센터 유영석 과장·조지희 대리, VD사업부 최영 수석·김용운 선임이 각각 환경수업에 참여해 교육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눈높이에 맞춘 교육으로 흥미 이끌어내야 = 환경수업은 각각 이론(40분)과 실험(40분)으로 진행된다. 이론은 물의 중요성과 물을 아끼는 방법에 대해서, 실험은 ‘간이 정수기’를 만들어 보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1교시 이론 시간에서는 박 선임이 교단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설명을 해주고, 기자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넘기는 역할을 맡았다. 4명씩 총 6개 분단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표정엔 궁금한 기색이 넘쳤다.

이론 수업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시간 안배를 잘하는 노련함이 필요했다. 기자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박 선임의 “다음이요”라는 말이 떨어지면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제 때 넘기는 쉬운 작업을 잘 소화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박 선임이 “한국은 왜 물이 부족하다고 할까요?”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여기 저기서 손을 든다. 박 선임이 한 학생을 지목하자 “물이 원래는 부족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물을 낭비해서요”라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또 다른 학생은 “정수된 물이 없어서요”라면서 나름 수준 높은 답변을 해온다.

‘세계 평균 연 강수량은 973mm. 한국 평균은 1274mm.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문구들이 뜨자 박 선임의 팔 동작이 커지고 책상 사이를 왔다 갔다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수업을 시작한 지 15분이 지나자 하품을 하면서 눈을 껌뻑거리는 아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기 때문. 박 선임이 제스처를 크게 하면서 아이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위해 나선 것이다. 아무래도 저학년의 경우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짧기 마련이다.

이윽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사막 한 가운데에서 물통을 끌고 있는 아프리카 소년의 사진이 뜨자 아이들이 시선을 집중했다. “어떤 그림일까요?“라고 박 선임이 묻자, 남학생이 “물통을 끌고가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박 선임은 사진 속 아프리카 소년이 1반 학생들과 같은 또래지만 물이 부족해 학교도 가지 못하고 물통을 끌고 집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이 부족해 힘들었던 경험을 학생들에게 물었다.

물 부족을 경험해보지 못한 학생들에게 대답이 쉽게 나올리 없다. 박 선임은 “제 어릴 때에는 추운 겨울날이면 수도꼭지가 얼어서 물을 쓸 수가 없었어요. 화장실에서 변을 본 후에도 물을 내릴 수 없다 보니 향긋(?)한 냄새가 나더라구요”라고 능숙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아이들이 박 선임의 얘기에 여기 저기서 웃음을 터뜨렸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효정초등학교에서 실시된 ‘삼성 디지털시티 찾아가는 환경교실’에서 본지 서지희 기자(맨 오른쪽)가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박세진 선임(맨 왼쪽)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너무 많이 도와주면 안되요” 스스로 하는 것 중요해 = 환경교육 2교시. 플라스틱 컵, 자갈, 모래, 활성탄(숯) 등을 활용해 간이 정수기를 만드는 시간이다.

박 선임이 교단에서 실험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꺼내놓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일순 웅성거렸다. 교실 뒤에서 수업을 참관하고 있던 담임 선생님이 “거북이!”라고 외치자 학생들은 모두 책상 위에 엎드렸다.

실험 1단계는 구멍이 뚫린 작은 투명컵에 탈지면을 작게 말아 구멍을 꽉 막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탈지면을 동그랗게 말아서 투명컵의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실험 도우미로 참여한 기자는 1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도워주려고 나섰다. 그러나 담임 선생님은 “계속 도와주면 학생들이 스스로 안 하려고 해요”라고 웃으며 만류했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아주 기본적인 방법조차 몰랐던 것 같아 일순 얼굴이 화끈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기자는 숯가루 등을 나눠주기 위해 박 선임과 분단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검은색 숯을 본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숯가루를 플라스틱 숟가락을 이용해 컵에 담는 단순한 과정이었지만, 아이들의 손끝에는 긴장감이 가득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시간이 지나자 각 실험조마다 ‘자갈→모래→숯가루’로 물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구성된 간이 필터가 완성됐다.

파란색 메틸렌블루를 떨어뜨린 물을 플라스틱 컵에 붓는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 한 남학생이 컵을 엎질러 자갈이랑 모래가 바닥으로 온통 쏟아진 것. 담임 선생님은 부주의한 학생을 나무라면서도, 실험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재빨리 원상복구시켰다. 이윽고 간이 정수기에 부은 파란색 물이 맑은 물로 변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자, 교실 여기저기서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수업에 참여한 유성군은 “물을 아끼는 방법을 알려줘서 좋았고,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규리양은 “물을 아껴야 한다는 말은 들어왔지만 잘 느끼지 못했다”며 “물이 부족해 물통을 끄는 아프리카지역 소년의 사진을 보니 물 절약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미를 전했다. 수업을 함께 도왔던 나길수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던 같다”며 “교육 봉사활동뿐 아니라 공연과 같은 문화체험 봉사활동도 더욱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날 수업을 주도한 박 선임의 얼굴은 더욱 밝았다. 그는 “처음엔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교육봉사는) 하면 할수록,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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