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은 국내 최대 편의점 업체인 CU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로 10월 말 현재 820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불황 중에도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828억원)에 비해 13.3% 증가한 93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알짜배기 기업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라영 외 특수관계인 2인은 24일 BGF리테일의 지분 57만3830주(2.32%)에 대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실시했다. 주당 가격은 7만원에서 7만2900원으로 이날 종가(7만2900원) 대비 할인율 0~4%가 적용됐다. 이번 블록딜로 홍라영 외 특수관계인들은 402억원에서 418억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홍 부관장이 BGF리테일의 일부 지분을 현금화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4월 상장한 BGF리테일의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이 풀리자마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번 주식 처분으로 홍 부관장의 BGF리테일 보유지분은 7%에서 5%로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홍씨 일가의 또다른 사업체인 보광그룹의 자금난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가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경쟁업체는 물론 신세계,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 기업의 거센 도전에도 독보적인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향후 주가 오름세를 점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지분 정리가 석연치 않다는 해석이다.
보광그룹은 유통과 종합레저, 전자, 광고대행사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이다. 고(故)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이 1983년 TV 브라운관 제조업체 ㈜보광이 기업의 모태다. 홍 회장은 슬하에 4남 2녀를 뒀는데 장녀가 홍라희 여사고 차녀가 홍라영 리움미술관 부관장이다. 장남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차남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삼남이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사남이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다.
홍씨 일가는 ㈜보광의 지분 100%를 모두 갖고 있다. 홍석규 회장(28.75%)을 비롯해 홍석조, 홍석준, 홍라영 씨가 각각 23.75%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보광그룹의 홍석규 회장은 최근 계열사 지분을 계속 처분하고 있다. 보광을 비롯해, 보광제주, 휘닉스소재, 휘닉스개발투자, 한국문화진흥 등 계열사 대부분이 몇 년 동안 손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액이 커지자 차입금과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일부 계열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보광의 대주주인 홍 부관장이 BGF리테일의 일부 지분을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보광그룹은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부채 줄이기가 절실하다”며 “이 때문에 홍 부관장이 지분을 처리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