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의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보다 높아야 합니다”

입력 2014-11-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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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서강대 교수

경제민주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자 합니다. 경제민주화 내용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에만 국한할 일이 아닙니다. 보다 더 근본적인 내용은 국민이 주인답게 사는 경제를 이룩하는 것일 겁니다.

4번째 글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었지요. 800여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 갈등 문제 해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양극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도 어려울 것입니다.

IMF 경제 위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비정규직이란 것 자체가 일반화되지 않았습니다.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구조조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조는 타협을 거부했습니다. 기업은 생물체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 좋아지면 규모도 확대하고 고용도 증가시킵니다.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면 축소 경영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노조단체는 고용 축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비정규직 양산이지요.

기업 입장에서 고용의 유연성도 보장되고 인건비 부담도 줄어드는데 비정규직을 선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경제민주화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노조 민주화입니다. 198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졌던 바세나르협정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습니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노동시장 개혁에 동참한다. 사용자는 고용을 확대하고 기업 주요 현안을 노조와 협의한다. 정부는 기업 비용 감축을 위해 감세를 하고 사회보장제를 정비한다’는 것이 이 협정의 내용입니다. 우리 노조단체는 기업이 살고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야 자신이 산다는 엄연한 현실에 눈을 떠야 합니다. 비정규직을 포함 전체 근로자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베버는 고용시장이 경직될수록 취약계층만 어려워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멋있는 작품을 만드십시오.

그 과정에 이르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요. 그 전에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라도 세웠으면 합니다. 기업의 일방적인 부담증가 위험 해소 방안이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금융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높은 위험을 감수하라 합니다. 이 원리를 고용시장에 적용해 보실 것을 제안합니다. 신분이 보장된 정규직의 임금수준을 하향 조정하고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정규직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입니다.

취업하는 젊은이들은 임금수준은 낮지만 고용 안정이 보장된 정규직을 택할지, 고용은 불안하지만 임금수준이 높은 비정규직을 택할지 본인이 선택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 증권산업에 이와 비슷한 임금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조세정의를 통한 공평과세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려면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있는 분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반 자본주의적 분위기가 만연해 있습니다. 그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국민들이 과거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데서 연유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납세의무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1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개세주의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되 취약계층에 대해 복지 차원에서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우리 근로자 중에서도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는 층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전체 GDP의 24% 정도 된다는 것이 정설인 것 같습니다. LG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3년 지하경제 규모는 314조원 정도라 합니다. 이는 미국의 2.7배, 일본의 2.2배, 영국의 2.1배 수준이며 OECD 평균보다 거의 10%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선진국 수준까지는 못가더라도 OECD 국가 평균 정도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연 120조원 이상의 세원이 확보되고, 평균 세율 20%만 적용해도 연 20조원 이상의 세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건전한 한국자본주의 발전을 위하고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도 지하경제 양성화는 추진돼야 합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과감하게 추진하던 지하경제 양성화 분위기도 경제가 어렵다는 구실로 유야무야되는 느낌입니다. 국세청의 지하경제 양성화 부서를 폐지하는 것이 이 정부 조세정의 후퇴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세수 늘린다고 모든 기업을 세무조사하는 것이 문제지, 근본적인 지하경제 양성화는 대다수 국민이 희망하는 사항이라 사료됩니다.

대통령님,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선거 당시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던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는 공약은 책임지고 시행하시는 것이 지속가능한 한국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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