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울고 웃다가 함께 늙어버린 영화 '비포 미드나잇'

입력 2014-11-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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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우리와 함께 늙어가는 제시와 셀린느

누가 그랬던가. 스무 살의 첫사랑은 기억 속에서만 아름다울 뿐이라고.

지난 2013년 5월, 영화 '비포 미드나잇'은 기어코 개봉했다. 줄리 델피의 주름진 눈두덩과 에단 호크의 움푹 팬 볼은 현실 속의 첫사랑만큼 잔인하고 서글펐다.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이들의 달라진 외모만큼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일례로 아들을 떠나보내는 에단 호크의 바다색 눈동자 뒤로는 쭈뼛쭈뼛한 배경음악이 흐른다. 이런 식의 직접적인 음악 삽입은 전작에서는 보기 힘든 전개다. 대화의 주제도 마찬가지다. 18년 전 유럽 횡단 열차에서 운명처럼 만나 꿈과 사랑, 예술과 죽음을 다뤘던 이들의 대화는 어느덧 일과 가정, 교육과 아이들로 바뀌었다. 전처에 대한 뒷담화는 덤이다.

여전한 것은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호흡이다. 특히 차 안에서 찍은 롱테이크샷은 진짜 부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하다. 함께 주고 받는 대사와 포즈, 시선을 보면 그야말로 관록의 연기다. 둘이 보여주는 상황극은 뭐가 영화고 뭐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능청스럽다. 보고 있으면 그 현실감이 리얼하다 못 해 숨이 다 막힌다.

(사진=영화 스틸컷)
◆둘만의 뜨거움에서 모두의 따스함으로

'비포 미드나잇'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시선은 전작보다 더 넓고 유동적으로 변했다. 오직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뜨거운 카메라는 주변 인물과 사물을 따뜻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사랑과 그리움만을 속삭이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동성의 지인들과 정세를 토론하고 음식과 결혼에 대한 수다를 나눈다. 전작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그룹샷도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자주 눈에 띈다. 놀라운 변화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추듯 영화에 등장하는 3박자의 배경음악들 역시 무척이나 따뜻하다. 특히 주를 이루는 피아노와 어쿠스틱은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커플들처럼 서로 밀고 당기며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현장음으로 모든 음악이 대체됐던 전작들과 달리 '비포 미드나잇'에는 가벼운 배경음악들이 정식으로 삽입됐다. 특히 그중 압권은 헤리스 알렉슈의 'Gia Ena Tango'다. 그리스의 작은 해변 마을 카르다밀리와 어울리며 환상적인 미장센을 보여준다.

(사진=영화 스틸컷)
◆'비포 미드나잇'의 결론

중후반이 되면 어슬렁대며 잡담하는 '워키토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스 정부의 지원금을 듬뿍 받은 듯 영화 중간중간 그리스에 대한 친절한 영상 설명도 이어진다. 대화와 행보 속 재치는 전작들만 못 하지만 '비포 미드나잇'의 워키토키는 모든 면에서 더 편안해지고 보기 좋아졌다. 특히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유머가 부쩍 늘었다.

영화 후반에는 끝날 것 같지 않은 다툼이 계속된다. 가정과 아이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생채기만 남을 자존심 싸움은 불편하기만 하다. 둘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순간, 18년간 한결같이 같은 이야기를 공유해온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주인공 에단 호크, 줄리 델피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가 비로소 완성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조합해보자면 '비포 미드나잇'의 결론은 이렇다. 진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아니고 삶 전체의 사랑"이다. 그러니까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이게 맞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게 바로 실제 삶이니까."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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