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말 그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3억1341만원이었다.
지난해 10월 2억8675만원보다 2666만원 상승(9.3%)한 수치다.
2년 전 2억6752만원과 비교하면 4986만원이 증가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수급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전세가격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제도의 배경은 고금리 = 전세제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정확한 시점은 파악하기 힘들지만 1970~80년대 금리가 10% 이상이던 시절에 탄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최근에는 연 2%대까지 접어들어 전세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전세금을 몇% 올리는 정도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집주인들은 전세물량을 거둬들이거나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즉 은행에 맡겨봐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의 경우에도 목돈이 들긴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선 전세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목돈이 필요해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도 저금리로 손실을 보는 만큼 전세금을 올리려 하기 때문에 전셋값은 계속 상승곡선만 그리게 된다.
전세 수요가 줄지 않는 것도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다.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재산세, 취득세 같은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전세를 선호하게 만들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저금리 = 전세가 고공행진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전달(70%)보다 0.1%포인트 상승한 70.1%를 기록했다. 매매가 1억원인 아파트의 전셋값이 7010만원까지 올랐다는 뜻이다. 이는 감정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이 일제히 올랐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전세가율 모두 전월 대비 0.1%포인트 오른 67.2%, 73%를 각각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의 가장 큰 이유로 저금리를 꼽고 있다.
2011년 이후부터 기준금리가 떨어질 때마다 전셋값은 상승했다. 지난 2011년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전셋값 지수는 20.61포인트 올랐다.
특히 지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 전셋값 지수는 8.71포인트나 급등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쇼크로 부를 정도로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전세물량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저금리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저하로 인한 구조적 문제인데 쉽게 고쳐지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사실상 전세제도는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세의 월세전환 흐름은 정부가 직접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현재의 전세난을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도 전세난을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월세시대 준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에 내놓은 전세 대책은 땜질식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당장 공급으로 부족한 전세물량을 커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 전세 시장이 진화될 묘안이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세난을 견디지 못한 수요가 실제 매매시장으로 옮겨가며 미분양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써브가 국토교통부 미분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가구수는 총 3만9168가구로 2분기(6월 말 기준) 5만257가구 대비 1만1089가구 줄었다. 수도권은 3만212가구에서 1만270가구가 감소한 1만9942가구, 지방은 2만45가구에서 819가구 감소한 1만9226가구를 기록해 수도권의 감소폭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