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장점은 권력 간에 서로 견제하는 기능을 두는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짧다. 초기엔 강한 행정부와 견제하는 국회가 기본적인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 강한 국회와 머리 조아리는 행정부로 변하였다. 그러면 강한 국회를 견제하는 기능은 누가 하는가? 이게 현재 우리가 겪는 문제다. 이른바 ‘정치실패’ 현상이다. 국회는 자꾸만 커가지만, 그에 따른 견제장치가 없어서 팽창속도가 너무 빠르다. 일찍이 행정부 권력의 속성을 ‘리바이던’이란 성경 속 괴물로 비유한 학설이 있다. 몸집이 크고, 뭐든지 먹어치우는 괴물이 행정부와 닯았다는 비유다. 이제 우리 국회가 리바이던이고, 행정부는 길 잘들인 토끼가 되었다. 문제는 우리 헌법에는 무소불위 국회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4년마다 투표가 있으므로, 좋은 국회의원을 뽑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이론일 뿐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도 없고, 구조상 가질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이른바 국민들의 ‘합리적 무관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에도 벅찬 국민들이 국가 장래를 위해 국회의원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챙길 시간이 없다. 오히려 공짜복지를 외치는 국회의원들에게 표가 더 쏠린다. 합리적 무관심이란 틀로 보면,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좋은 국회의원을 뽑기는 어려우므로, 우리의 정치 실패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한때 덩치 큰 괴물인 리바이던, 행정부를 견제하는 방법으로 ‘굶겨라’가 있다. 괴물이 된 국회권력을 해결하는 방법도 여기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가지는 특권을 모두 폐지하여 배고프게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국민들의 평균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 한국의 국회의원 연봉은 1인당 국내총생산액의 5.3배 수준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왜 국민보다 5배 이상을 받아야 하는가? 국민을 대표한다면, 국민의 소득수준을 따라야 한다. 유럽 선진국은 3배 정도 수준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연봉도 최대한 이 수준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불체포 특권도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 과거엔 강한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힘없는 국회의원들에게 최소한의 법적보호를 했다. 그러나 이제 구조가 달라졌다. 이런 불체포 특권이 없어도 정부를 비판한다고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역으로 국회의원들의 팽창하는 탐욕적 권력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수단이 되었다. 뇌물수수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국회가 집단으로 범법자를 보호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사법부 권력도 국회 앞에선 무력하다. 행정부와 사법부를 아래로 깔고, 굴림하게 된 국회권력을 어떻게 견제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필요시엔 헌법도 고쳐야 한다. 지금 같은 속도로 팽창하는 국회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면, 60여년 전에 손질한 외국제도인 민주주의로 인해 한국은 그동안 이룩했던 경제 기적의 역사를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