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들의 배터리 기술 경쟁이 뜨겁다. 제품의 완성도가 배터리 기술력에 좌우되는 만큼 기업들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부터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초격차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일본 AESC를 밀어내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1636M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판매해 AESC(1593MWh)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기업의 배터리 시장점유율이 약 80%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의 빠른 점유율 상승은 고무적이다.
B3는 올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이 29.3%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어 AESC가 27.6%의 점유율로 뒤를 잇고 삼성SDI와 파나소닉이 각각 18.4%, 13.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폭넓은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 1위로 올라선 LG화학은 글로벌 10대 완성차그룹 가운데 6곳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BMW를 중심으로 포르셰, 마힌드라, 폭스바겐, 포드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은 합작을 통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 1월 중국 베이징전공·베이징기차와 함께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시장을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소형 2차전지 분야는 삼성SDI와 LG화학이 양분하고 있다. 올 2분기 세계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삼성SDI는 27.2%의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했고 LG화학은 20.2%로 2위에 자리했다.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2차전지 두 개 중 한 개는 한국 제품인 셈이다. 국내 기업의 점유율 확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뿐 아니라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등 비 IT 제품용 2차전지 분야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일본 파나소닉(16.9%)과 소니(8.4%), 중국 ATL(6.4%)과 리센(6%) 등이 뒤를 쫓고 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일본은 점유율 정체를, 중국은 점유율 하락세를 보이며 한국 업체들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은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최첨단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수만번 구부려도 원형을 회복, 정상 작동하는 플렉서블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LG화학도 휘어진 커브드, 쌓을 수 있는 스탭드, 감을 수 있는 케이블 등 첨단 배터리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다.
2차전지 분야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ESS 배터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에네기퀠레의 ESS 구축사업의 최종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고, 삼성SDI는 독일 전력회사 베막이 북부 슈베린 지역에서 운영 중인 변전소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5㎿h급 ESS를 설치했다. 후발업체 SK이노베이션도 지난 6월 독일 작센안할트주가 추진하는 ESS 실증 프로젝트에 시스템 공급자로 선정, 1㎿h급 ESS시스템을 공급했다.
현재 전 세계 ESS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력용 ESS 분야는 미국, 유럽, 일본이 앞서 나가고 있다.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가정용 ESS 분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전력용 분야에서 점진적 점유율 확대를 이뤄나갈 계획이다. 삼성SDI는 세계 최대인 일본 가정용 ESS 시장에서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6조원에 머물렀던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58조원 규모로, 연 평균 53%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