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등급제를 둘러싼 제작자 측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줄다리기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제작자와 이를 심의해야 하는 영등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은 지난해 9월 가까스로 개봉한 ‘뫼비우스’다. 애초 이 영화는 2013 베니스영화제가 끝난 후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등위가 2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극중 아들과 어머니의 정사 장면이 문제였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국내 실정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상영불가 판정과 같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논란이 된 33컷, 3분가량을 편집해 수차례 재심사를 요구했다. 이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지난해 9월 극장에 걸리며 약 3만5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도 등급제 논란에 불을 지핀 영화 가운데 하나다. 주제는 청소년기에 잘못된 폭력을 휘두르면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건전한 가족영화에 가깝다. 그러나 학교 폭력이 나온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영등위의 등급 판정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이 영화는 전국 724개 관에서 개봉, 174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예상 밖의 선전을 기록했다.
수입 영화가 등급제 논란에 불을 지핀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여자 색정광’을 뜻하는 제목으로 화제를 모은 ‘님포매니악 볼륨1’이 그 주인공이다. 영등위는 여주인공의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에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수입사는 선정적 장면이 섹스를 바흐의 작곡법에 비유하는 유희와 육체적 사랑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라며 영등위의 판정에 불복했다. 몇 번의 심의 끝에 이 영화는 몇몇 장면을 블러 처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개봉했다.
민병선 영화평론가협회 홍보이사는 “영화는 예술의 범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영등위는 주관적 잣대로 등급을 매긴다”며 “등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영화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은 매번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