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의료계는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는 의대 증원 전반이 ‘날림·졸속’으로 진행됐단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3월 20일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각 의과대학에 배분한 수치를 발표했다. 정원 배정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진행한 지 5일 만에 이런 발표가 나오면서 실효성 있는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교육부 주도로 꾸려진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가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교육부는 배정위원장과 위원들의 명단 및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배정위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으며, 협의 내용은 파기했다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켰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00페이지가 넘는 각 의과대학 신청 자료를 배정위는 단 하루 만에 점검을 끝냈다고 하는데, 의학교육 점검반의 활동 보고서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순살 아파트란 말이 있는데 이건 ‘순살 의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정위가 의과대학 교육 현장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증원을 결정했다는 지적도 거셌다. 청문회에서 제시된 배정위 회의 결과 요약본에는 ‘2023년 의학교육 점검반 현장실사 이후 교육 여건이 많이 바뀌진 않았을 것’이란 문구와 ‘2023년 객관적 조사 자료를 활용한다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객관성 검증이 가능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질적인 점검 없이 과거 자료만을 근거로 증원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마감되는 전공의 추가 모집에는 충분한 지원자가 모이지 않아 하반기에도 수련병원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의대를 졸업한 이들은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과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전공의는 수련병원에서 1년 동안 모든 과를 순환하는 인턴과, 인턴 이후 하나의 전공을 정해 3~4년 근무하는 레지던트를 아우르는 말이다.
전공의 모집은 지난달 31일 마감됐지만, 지원율은 모집 대상 총 7645명의 1.4%(104명)에 그쳤다. 이에 이달 9일 추가모집이 시작돼 1년 차 레지던트 모집은 14일 마감했고, 2~4년 차 레지던트 모집은 이날 마감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수련대상을 확정하고, 9월부터 근무를 시작하도록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일반의 자격으로 개원가에 봉직의로 진출하는 인원은 대폭 늘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사직 레지던트 6590명 중 일반 병·의원 취업자는 이달 5일 기준 625명에서 12일 기준 971명으로 일주일 사이에 350명 증가했다.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복직을 비난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임의를 ‘감사한 의사’라고 조롱하며 전임의 800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작성자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에도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복귀 전공의를 ‘부역자’라고 비난하며 개인정보를 올리는 등의 행위를 한 전공의 2명을 입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