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환 웰컴저축은행 상무 “도전정신은 기본, 네트워킹 필수”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⑰]

입력 2024-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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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1-1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신은금고 텔러부터 웰컴저축銀 경영전략본부 상무까지
위기ㆍ변화 속 28년간 승부사 기질로 '올라운더' 역량 쌓아
여성 후배에 "소모임 참여로 네트워킹 역량 키워야" 조언
"끊임없이 공부ㆍ도전해 새 먹거리 발굴 등 성과 낼 것"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1996년 저축은행업권에서 여성 직원이 ‘성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여성은 저축은행 한 곳을 30년 다녀도 영업점 창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당연했다. 2~3년 뒤 “대졸자면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직군에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일반직 전환 고시’가 생겼다.

여성 직원이 소위 ‘남성 직군’이라 불리던 여신·외환·재무 등 일반직군으로 전환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다만, 기회의 문이 온전히 열렸다고 보기 어려웠다. 창구에서 수신업무만 담당하던 텔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신업무 시험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다. 전례가 없으니 두려움이 커 시험에 응시하는 여성 직원도 적었다.

“뭐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 공부하면 되지.” 유승환 웰컴저축은행 경영전략본부 상무이사는 “막상 기회를 주니 시험을 보지도 않는다”는 당시 일부 직원들의 비웃음에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석 달간 매일 퇴근 후 여신 관련 서적을 펴고 공부했다. 결과는 ‘전 과목 만점’이었다.

일반직군으로 이동해 남성 직원들과 동일 선상에서 ‘대리 승진 시험’을 볼 수 있게 된 그는 승진 시험도 한 번에 통과했다. 30대 초반의 유 상무는 그렇게 텔슨상호저축은행의 ‘여성 대리 1호’가 됐다. 영업점 창구를 벗어나 본점 경영기획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리에서 경영전략본부 팀장, 본부장을 거쳐 28년간 한 저축은행에서 근무한 그는 여러 위기와 변화를 마주했다. 2001년 제정된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상호신용금고’가 ‘저축은행’이 되는 과정을 경험했고, 그가 몸담은 회사는 여러 차례 매각·인수 과정을 거치며 이름이 총 다섯 번 바뀌었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등 업권 전체의 위기도 겪었다.

유 상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영기획·전략 팀에서 여러 위기 속 의사결정 과정과 대처 방법 등을 봐온 경험이 오늘날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건전성, 수익성 지표 관리부터 신사업 추진까지 웰컴저축은행 경영 계획·전략을 총괄하는 그는‘올라운더(all rounder)’다. 2022년 경영전략본부 상무이사직에 올라 도전정신을 기본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장서서 헤쳐가고 있다.

▲유승환 웰컴저축은행 경영전략본부 업무총괄 상무이사가 4일 서울 용산구 웰컴저축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유승환 웰컴저축은행 경영전략본부 업무총괄 상무이사가 4일 서울 용산구 웰컴저축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유 상무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간 만난 선배들의 덕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기회가 왔는데, 굳이 안 볼 이유가 없다”며 일반직 전환 시험을 보도록 권유하고 응원했다. “네가 회사의 주인이면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믿고 지지해준 선배들을 유 상무는 ‘은인’으로 꼽았다. 그는 “좋은 선배를 만나 업무에 임하는 태도, 업무 방법 등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봐, 실패해도 우리의 자산이 되니까” ‘퀀텀점프’ 가능케 한 조직의 힘

선배들의 가르침으로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유 상무는 2014년 웰컴저축은행에서 차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당시 웰컴금융그룹이 그가 근무하던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해도 우리의 자산이 되니까 일단 해보라’는 그룹의 분위기는 도전을 좋아하는 그와 잘 맞았다. 유 상무는 “기획·수신·외환사업팀 팀장을 동시에 맡아 힘들었지만, 그만큼 업무 역량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실제 여러 성과로 이어졌다. 유 상무 주도로 2년간 기획재정부와 소통한 끝에 웰컴저축은행은 2020년 저축은행 중 최초로 외환 송금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4월에는 금융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 조성 사업에 참여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약 300억 원 규모의 ‘웰컴벤처스 모펀드 1호’를 조성, 벤처 및 스타트업의 디지털 부문을 지원 중이다. 그는 “대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여러 신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유 상무가 가장 보람찬 성과로 꼽는 것은 2021년 마이데이터 사업권 획득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웰컴저축은행은 마이데이터 허가심사를 통과한 첫 번째 저축은행이 됐다. 그는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사업을 기획하고, 당국과 소통해 사업권을 따기까지의 과정을 이끌었다. 마이데이터를 통한 웰컴저축은행의 맞춤형 대출상품 중개 서비스 실적은 현재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급성장 중이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다음으로 타 금융사 대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하면 되지.” 유 상무가 늘 품고 있는 생각이다. 그는 “뭔가를 해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특히 남들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을 해낼 때 성취감이 크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지금도 집무실 옆 대표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향후 전략, 신사업 아이디어 등을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

“소모임 참여 등 사람 만나 ‘네트워킹’ 역량 길러야 성장”

그가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네트워크’다. 유 상무가 지금까지 함께 호흡을 맞춰 온 여성 후배들은 꼼꼼하고 업무 이해도도 높아 개인 역량이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 성과를 내겠다는 열정도 있었다. 다만, 사람 간 관계 즉 ‘네트워킹’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아쉬웠다.

▲유승환 웰컴저축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은 “여러 업체가 뜻을 모아 하는 공동사업이 많은 저축은행 업권 특성상 경쟁사와의 교감이 더욱 중요하다”며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시간을 내서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는 경영전략본부 후배들이 타사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다리를 놔주기도 한다. 조현호 기자 hyunho@
▲유승환 웰컴저축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은 “여러 업체가 뜻을 모아 하는 공동사업이 많은 저축은행 업권 특성상 경쟁사와의 교감이 더욱 중요하다”며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시간을 내서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는 경영전략본부 후배들이 타사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다리를 놔주기도 한다. 조현호 기자 hyunho@

그는 “일은 결국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잘하는 이들끼리 친해지게 마련이기에 소통을 많이 하면 시너지 효과로 본인의 역량도 크게 오른다”고 힘줘 말했다.

네트워킹 역량을 기르기 위한 유 상무의 팁은 ‘소모임’이다. 그 역시 기획팀장 시절 저축은행업권 기획팀장 모임에 나갔다.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이슈는 없는지 살피고, 정보를 교환했다. 그때 만난 사람들이 지금은 업권에서 ‘기획통’으로 인정받아 각종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유 상무는 “올라갈수록 기회는 네트워킹에서 온다”면서 “결국 승진의 기회를 주는 건 의사결정자들이기 때문에 내 일만 열심히, 잘하는 게 다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의사결정자들 사이에서 ‘그 친구 괜찮더라, 일 잘한다더라’하는 여론이 조성되려면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며 “만나서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한두 개씩 얻어가는 게 분명히 있고 인사이트가 달라진다”고 피력했다.

유 상무는 연말과 내년 초 핵심 과제로 ‘리스크 관리’와 ‘신사업 추진’을 꼽았다. 위기 상황 속 건전성, 수익성 지표 관리를 통해 안정을 찾은 뒤 신사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웰컴저축은행이 가장 집중하는 신사업은 웰컴디지털뱅크 애플리케이션(앱) 고도화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는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내놓기보다 ‘생애주기 상품’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웰컴디지털뱅크를 떠나지 않고 계속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상품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고객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고객을 신규로 타겟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심의 대출 운용에서 벗어나 수익을 극대화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도 유 상무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그는 하루에 2시간씩 관련 법령집, 신사업 관련 책을 들여다보고 직원들과 함께 토론하며 의견을 공유한다. 유 상무는 “환경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하면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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