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지시‧월급’ 근로자성 인정돼
종교인도 근로기준법 적용이 판례
법과 현실 괴리…운용의 묘 살리길
10명 이상 절엔 취업규칙 둬야 할까
종교 아닌 영역선 실정법 따라 판단
서울노동위는 A 스님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으나,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은 A 스님이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문자메시지로 스님을 해고한 조치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사실, 법원이 스님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있었던 ‘기도 스님 해고 사건’에서는 충남지역 한 사찰의 기도 스님(B 스님)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됐는데, 해당 사건은 2022년 이미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 확정됐다.
이 사건에서 B 스님은 하루 3회 일정한 시간에 불교의 전통적인 예법에 따라 기본 예불 등을 수행하는 ‘기도 스님’의 소임을 맡았고, 사찰로부터 ‘보시금’으로 월 180만 원을 지급받았다. 사찰은 B 스님이 두 차례 범종 타종과 새벽 예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도 스님 소임을 면하게 했다.
B 스님과 사찰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고, 취업규칙이나 규정도 없었으며 4대 보험에 가입되지도 않았다. 예불에 관해서도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을 사찰이 지휘‧감독하지 않았다는 점은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노동위원회와 1심 판결은 이러한 사정에 주목해 B 스님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에서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항소심 법원은 또한 B 스님의 업무내용과 근무시간이 사전에 정해져 있으므로 설령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지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B 스님이 매월 받은 180만 원은 ‘생활보조금’이 아니라 예불 집전 업무에 대한 대가인 임금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중앙노동위 측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항소심 법원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어떤 사건이든 당사자가 근로자임을 주장하고, 근로기준법과 판례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한다면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제시한 사실관계가 모두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할 만한 사건이었다고 보인다. 다른 사건에서 법원이 교회 전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교인이라고 근로기준법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도 일관된 법원 입장으로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근로자성을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가령 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스님이 5명 이상이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10명 이상이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만들도록 하며, 30명 이상이면 노사협의회를 만들도록 해야 할까.
모든 스님이 사업장(사찰)에 거주하고 있으니 기숙사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도 적용해야 할까. 모든 스님이 아니라 기도 스님과 같이 특정한 소임을 맡은 스님만 기준으로 근로자라고 보더라도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도 혼란스럽다.
조금 더 나아가면 스님에게 근로계약서를 미교부했다는 이유로 주지 스님을 형사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스님에 대한 임금대장을 3년간 보관하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사찰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고용노동부는 오래 전 교회 목사‧전도사‧선교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에 관한 질의에서, 이들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니지만 다만 본인들이 종교 영역을 벗어나 실정법에 따라 판단받기를 원한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볼 때는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해석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심한 끝에 내린 부득이한 결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