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브랜드 MCM이 나이지리아계 영국 디자이너 ‘잉카 일로리’와 협업해 아트 전시를 열었다. 이를 기점으로 MCM은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한편 국내 백화점 유통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MCM은 4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MCM 하우스(MCM HAUS)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숨(SUUM) 프로젝트와 함께 다음 달 22일까지 ‘MCM X 잉카 일로리(Yinka Ilori)’ 아트 전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잉카 일로리는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디자이너로, 다양한 건축 및 공간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름을 알렸다. MCM과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공감과 상생’을 주제로 의자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 자리에는 MCM이 GBCO(Global Brand and Commercial Officer)로 새로 영입한 사빈 브루너가 참석, 향후 사업 계획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김성주 성주디앤디 회장도 간담회에 배석해 잉카 일로리와의 협업과 브루너가 강조한 지속가능성 비전에 힘을 실었다.
브루너는 로저 비비에의 성장을 이끌었던 인물로 토즈 그룹의 홍콩 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아시아 시장을 개척했던 이력도 있다. MCM에서는 기획과 마케팅, 비즈니스 개발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는 MCM이 향후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제품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재를 수출‧입할 때도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항공보다 항만을 이용하고, ‘비건레더’나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을 활용한 제품군을 강화하는 식이다.
비건레더는 친환경 합성물질을 사용하는 인조가죽을 뜻한다. 사빈 브루너는 “모든 비건레더가 지속가능하지는 않다. 비건레더 제작 과정에 물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라며 “진짜 친환경을 위해 제작 과정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MCM이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것은 최근 실적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MCM 운영사인 성주디앤디의 매출은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매출은 1453억 원으로 전년 3500억 원 대비 5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78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MCM의 매출 악화는 최근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MZ가 패션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MCM은 이를 의식한 듯 향후 주요 고객층을 ‘디지털 노마드’로 특정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최신 기술(digital)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 디지털 장비를 사용,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일하며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10~30대 젊은층이 디지털 노마드인 경우가 많다.
브루너는 “MCM은 디지털노마드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최고급 명품에 지친 사람들이 MCM의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MCM의 매출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특히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MCM HAUS를 중심으로 백화점 유통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국내 백화점 명품관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히는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에 매장을 내기도 했던 MCM은 2013년부터 면세 사업을 강화하겠다며 백화점 매장에서 지속해서 철수했다. 백화점 매장 철수와 함께 매출‧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채널 확보를 통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