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받은 호반건설이 의결서를 송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공정위의 의결서를 검토한 뒤 행정소송 등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법조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 측은 전날 공정위로부터 의결서 ‘기업집단 호반건설 소속 계열사들의 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한 건’을 수령했다. 공정위의 의결서는 법 위반 판단 근거 등이 담긴 판결문 격이다. 호반건설이 수령한 이 의결서는 호반건설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의결서를 수령한 회사는 송달 시점을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불복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호반건설이 불복 소송을 제기한다면 시한은 이달 30일이다. 공정거래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과징금이 600억 원을 넘어선 만큼 호반건설은 행정소송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과징금이 부과된 직후 호반건설 측은 “공정위 의결 결과에 대해선 의결서 접수 후 이를 검토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과징금 처분과 관련해 불복하는 차원의 행정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우선 과징금은 납부해야 한다. 향후 행정법원이 행정소송에서 과징금이 과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일정 부분을 다시 돌려받게 된다.
6월 15일 공정위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은 두 아들이 소유한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 김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 호반건설이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의 회사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의 회사 호반산업을 지원하는 식이다.
2013~2015년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치열하던 당시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추첨입찰에 참가시키는 소위 ‘벌떼입찰’ 방식으로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이 2세 회사의 공공택지 입찰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등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공정위는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해 총수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히며 과징금액 60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 금액은 잠정금액으로, 최종적으로 확정된 금액은 의결서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는 호반건설에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고발로 호반건설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벌떼입찰과 관련해 김상열 회장과 그의 아들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지원 혐의의 공소시효는 5년이지만 특경법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는 더 길어 수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호반건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검찰의 형사 사건과 행정법원의 행정소송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 경우 행정소송 결과가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고까지 수년이 걸리는 행정소송과 달리 검찰 수사는 비교적 신속하게 끝나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이에 구속되지 않고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