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문한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2호기는 내년 9월쯤 준공 예정이다. 현재 건설 중으로 아직 가동하지 않아 원자로에 들어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30㎝가 좀 안될 것 같은 한 뼘 반 두께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야가 어두워졌다. 동공이 확장되면서 군데군데 전구가 보였다. 이내 오른쪽 머리 위쪽에 굵은 금속재질에 기다란 봉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SF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의 하단부 모양처럼 긴 봉 93개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옆에 있던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에게 “저건 뭔가요”라고 묻자 “제어봉 가이드 입니다, 길이는 13m 정도 되고요”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제어봉 가이드는 전기가 끊겨 원자로 작동이 불가능할 때 저절로 원자로를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가 끊겼는데 어떻게 작동을 할 수 있을까. 전기로 제어봉을 잡고 있다가 전기가 끊기면 제어봉이 중력에 의해 낙하해 원자로를 멈추게 하는 원리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원자로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마치 동굴 같은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고개를 들으니 위로 돔 형태의 둥근 천장이 보였다. 반구형태의 돔은 지표면에서 약 72m에 달하며 아파트론 24층 높이란다.
신기종 한수원 신한울제1건설소장은 “여기서 8~9m 아래 원자로가 설치돼 있습니다. 아직 원자로 헤드(뚜껑)은 덮여있진 않고 용기만 설치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신한울 1호기는 7일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신한울 2호기의 건설도 순조롭게 보였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신한울 1,2호기 건물 외벽은최대 지름 5.7㎝의 철근을 촘촘하게 엮은 뒤 콘크리트를 부어 두께 122㎝로 건설됐다. 신한울 1,2호기 건설에 소요된 철근은 10만 3000톤으로 63빌딩에 사용된 철근의 약 13배에 달한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신한울 1호기에선 터빈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원자로에서 물을 끓이고 그 물이 다시 두번째 물을 끓이는 원리로 터빈이 돌아간다. 홍승구 한수원 신한울 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서 끓인 물이 바로 터빈을 돌리지만 우리는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은 두번째 물로 증기를 발생시켜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터빈은 얼마나 빨리 도나요”란 질문에 그는 “굳이 속도로 표현하면 마하 1.4 정도 됩니다”라고 답했다. 회전 속도가 마하 1.4라니 가히 기저원전답구라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1400㎿ 규모의 신한울 1호기 준공으로 국내 발전설비용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2021년 말 대비)은 18.3%로, 2호기가 완공되면 19.3%로 늘어난다. 30%대의 발전 비중도 더 증가하게 된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먹색으로 변하고 있는 하늘 앞으로 보이는 원전 돔이 어둠 속에서도 든든해 보였다.
한편 6일 만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 2, 3, 4호기 계속 운전을 신청했다”며 “계속운전 관련 국정과제 목표가 10기인데 제 임기 중에 다 (신청)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