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 의료공백 해소 최선 한목소리
비대위 전환 ‘의협’ 참여 여부 관심
박단 전공의 비대위장 “협의체 출범 무의미”
野, 의대 증원 규모 줄이는 법안 발의
야당과 전공의 등 일부 의료계를 제외한 여·의·정(여당·의료계·정부) 협의체가 11일 출범했다. 의정 갈등이 촉발된 지 9개월여 만에 출범한 협의체는 12월 말까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전 8시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정부 측 인사로 참석했다. 당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김성원, 이만희, 한지아 의원이, 의료계에선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이 대표로 자리했다.
김 의원은 첫 회의 종료 직후 브리핑에서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사직전공의가 응시해 합격하더라도 내년 3월에 입대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부에선 사직전공의 복귀 돕기 위해 진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안에 대해 의료계의 요구가 있었다”며 “정부에서 진지한 논의를 하고 협의체에 보고해주기로 했다”고 했다.
협의체는 매주 2회 회의를 통해 다음 달 말까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은 “협의체가 오는 12월 말까지 기한을 두고 운용하지만 가능한 12월 23일이나 그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서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여·의·정 대표는 한목소리로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의료계의 참여가 더 더해진다면 더 좋은 협의가 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정부 역시 총리께서 직접 참여하셔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며 “우리 협의체의 합의가 곧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한의학회장은 “협의체 참여의 원칙으로 제시한 여러 현안이 진솔하고 건설적 대화 통해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갈등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정부와 여당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진정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향후 5년 내 30조 원 투자 △불합리한 수가 구조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약속하며,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나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를 호소했다.
다만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들이 협의체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막말 논란’ 등에 휩싸인 임현택 의협 회장이 10일 탄핵되면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의협이 정부와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협의체 참여까지 이를지는 불투명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임현택 회장이 전공의 반대로 쫓겨나면서 새 비대위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눈치를 많이 볼 것”이라며 “정부가 2026년 의대 증원을 줄이는 행보를 보여야 참여를 결정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협의체 첫 회의 직후 페이스북에 “한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협의체 출범이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협의체 참여에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전공의 단체와 의협이 참여하지 않으면 협의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별도로 의료계 요구를 반영한 법안을 발의해 대응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은 강선우 의원은 4일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보건 의료 인력 수급 추계 위원회를 두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아닌 위원회를 통해 필요 의료 인력을 산정해 의대 정원을 정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