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 식의 규제 완화가 아닌 금융업의 외연 확장에 중점을 두고 규제개혁을 추진했다.”‘신제윤 금융위원장, 7월 금융규제 개혁방안 발표 브리핑에서’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곤 규제완화 스탠스를 취했지만 이번엔 그 의지가 어느 때보다 더 야무지다.
금융사 진입·영업 규제는 풀어주고 건전성·소비자 규제는 대폭 강화해 금융업 빅뱅(Big Bang)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이미 복합점포 설립, 해외진출 시 겸업주의 허용, 저축은행 등의 빗장을 푼 금융위원회는 ‘나쁜 규제’ 700건을 모두 뜯어고칠 때까지 속도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은행, 복합점포 허용으로 PWM 운영 활성화 = 은행들이 가장 반색하는 규제완화는 해외점포의 겸업주의 허용이다. 겸업주의가 허용되면 투자자문업, 상품파생매매·중개업, 유가증권 중개업과 같은 업무를 추가로 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은행은 기존 고객들에게 회사채 발행, 투자자문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현지 금융회사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적극적으로 해외영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간 물리적 사무공간 구분을 자율화하고 고객의 동의 하에 계열사끼리 기초 정보를 공유하는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고 인력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다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예금 등을 주식투자와 랩어카운트 등 증권사 상품으로 대체하도록 할 수 있다. KB금융, 신한, 하나금융지주와 같은 금융그룹들의 기대가 크다.
비어 있는 은행 점포를 임대할 수 있게 된 점도 환영을 받고 있다. 이전 금융위는 은행들의 업무용 부동산 임대면적을 직접 사용면적의 1배 이내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OO은행이 100㎡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직접 사용면적이 20㎡라면 80㎡의 면적이 남아도 20㎡ 이내로만 임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면적에 상관없이 모두 임대가 가능해 공실(空室) 축소에 따른 은행들의 임대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 신규상품 수요 창출 확대 가능 = 보험 분야의 규제완화는 자산운용과 재무건전성으로 나뉜다. 우선 보험사가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경우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30%미만으로 보유할 경우는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 PEF설립을 통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또 변액보험과 외화책임준비금에 대한 리스크 관리 목적의 헤지거래는 한도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정별 자금이체 융통성 확보를 위해 모든 특별계정에 대해 설정 초기에 효율적 자산운용이 가능하도록 일반계정의 자금이체를 허용한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권고기준이 폐지되며 일정 지급여력 확보시 희망수준의 주주배당 허용, 신규계약의 보험료 인하 여건 제공 등과 같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특히 비은행 금융회사의 해외은행 소유나 국내은행의 해외 보험사 소유도 허용됐다.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동부화재와 한화생명은 2012년에 각각 라오스 은행 지분 인수, 말레이시아 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당국은 건전성 악화 우려 등의 이유로 허가하지 않은 바 있다.
◇저축은행, 자산건전선 분류 기준 완화 = 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연체가 없고, 채무상환 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차주에 대해서는 저축은행이 자율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할 수 있도록 자산건전선 분류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6억원(법상 개인여신 한도) 이하 정상적으로 원리금이 납부되는 여신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 분류 적용 시 예외 적용을 인정하기로 했다.
점포 설치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현행 인가제는 신고제로 전환되고 고객관리 편의성 제고를 위해 영업구역 외에도 제한적으로 여신전문출장소 등 점포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여신심사 역량 강화를 위해 신용평가시스템(CSS) 활용도 늘린다. CSS를 활용하는 저축은행 수를 64개사에서 76개로 확대하고 부실 예측력 향상 등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추진한다.
이밖에도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체크카드 판매를 확대하고 정책금융 상품 온렌딩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새 먹거리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