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회사채 불완전판매 사건에서, 사상 초유의 KB금융지주 내분 사태까지.’
최근 1년간 국내 금융권은 수많은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금융권에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달(月)은 없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환골탈태 수준의 금융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금융은 되레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금융권의 사건·사고로 금융당국의 징계가 이어지자 금융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벌지만 부실이 발생하면 사회에 떠넘긴다는 게 사회적 분위기다.
금융권의 숱한 사건·사고로 인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을 감시하며 사건·사고를 예방해야 할 금융당국이 뒤처리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신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도 보신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금융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추락은 수치를 통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한국갤럽의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KIF 금융신뢰지수’를 보면 금융산업과 금융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잘 드러난다.
KIF 금융신뢰지수는 만 19세 이상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금융사와 금융 종사자, 금융감독기관의 신뢰도 측정을 위해 9개 세부 문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측정한 지표다. 이는 BSI(Business Survey Index) 기준으로 환산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본점수가 100점이다. 지수가 100점이면 중립적이고 이보다 크면 긍정적 답변이, 작으면 부정적 답변이 많은 것으로 해석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신뢰도는 89.5점을 기록했다. 이 경우 금융 신뢰도가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에 비해 약 10% 정도 많은 것이다.
국민들은 금융회사와 금융종사자들보다 금융감독기관에 대해 더욱 신뢰하지 못했다. 금융감독기관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61.3점으로 9개 항목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융감독기관의 소비자보호 노력도 74.3점으로 하위권인 7위였다.
동양사태와 개인정보 유출, KB사태 등 연이은 금융권의 사건·사고에 대해 국민들이 해당 금융사보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느낀 것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선 어떠한 처방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고 특히 감독체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객 자산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산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국내 금융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아무리 금융허브·녹색금융·창조금융을 외쳐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금융산업을 감시해야 할 금융당국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 같은 신뢰 상실은 금융산업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융회사 임직원은 금융회사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내부통제 강화로 금융 사고를 미리 예방해야 한다”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투명한 금융상품 가격결정 체계를 정립하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