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선택과 집중이 답은 아니다

입력 2014-10-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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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야 와타루 산교타임즈 대표이사 사장

세계는 지금 ‘선택과 집중’ 병에 걸려 있다. 혹은 ‘M&A가 전부’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그런 가운데 “선택과 집중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초연한 자세를 고수하는 기업이 있다. 종합화학 회사인 아사히카세이다. 아사히카세이의 이 같은 방침의 시작은 1906년 소기전기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기전기는 가고시마 현의 오오쿠치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이후 아사히카세이, 칫소의 전신 기업으로 활약한다. 이 과정에서 세키스이화학도 탄생한다.

아사히카세이는 종합화학 기업이 되었지만 원래는 섬유산업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헤벨하우스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의약·의료 분야도 신약을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가정 주부들은 아사히카세이에 대해 ‘사란 랩(Saran Wrap)’으로 친숙할 것이다. 반도체공장도 갖고 있고,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세퍼레이터에 대해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의 약 40%를 쥐고 정상을 질주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아사히카세이는 정체가 불분명한 신기한 회사다. 이러한 모습을 냉담하게 본 언론들은 한때 돈이 되면 어떤 사업이든 다하는 ‘다보하제(ダボハゼ · 검정망둥이) 경영’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리먼사태 때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불황에 처하고, 전 세계 모든 산업이 침체해 도무지 출구가 없는 상황에 빠졌다. 일본의 6개 종합화학 업체도 모두 불황에 시달렸으나 놀랍게도 아사히카세이 한 회사만 흑자였다. 이때 본인은 아사히카세이의 메카인 미야자키에 1주일간 머물며 취재를 시도했다. 어째서 이 회사만 흑자인지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사히카세이 역시 주력인 케미칼 부문은 대부분 적자였다. 그러나 회사 전체로 보면 흑자.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메디컬 분야의 선전 덕분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혈액 투석용 인공 신장의 생산이 급성장해 회사 전체를 먹여살린 것이었다. 아사히카세이는 이 분야에서는 일본 국내에서 1위이자 전 세계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인공 신장의 핵심 기술은 벰베르크라는 77년 전 섬유 기술. 여기에서 싹튼 막 분리, 중공 사막 제조 기술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벰베르크는 면에서 난 재생 셀룰로오스 섬유로 고급스럽고 실크 같은 광택과 매끄러운 감촉이 특징이다. 실이 스스로 호흡함으로써 상쾌한 착용감이 유지된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섬유 업계 기자는 “부잣집 딸이나 사모님 속옷은 모두 벰베르크”라고 말할 정도.

세계에서 벰베르크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아사히카세이와 이탈리아에 있는 한 업체뿐이다. 그러나 아사히카세이는 세계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은 벰베르크의 기술이 아사히카세이를 구했다. 77년 전의 기술이 이 회사의 위기를 면하게 해준 것이다

아사히카세이는 반도체 사업에도 오래전부터 진출했다. 많은 언론은 아사히카세이의 반도체 사업 전개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고, 언젠가 이 부문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사히카세이가 만든 전자 콤파스는 2003년 제품화한 이래 2009년경부터 스마트폰 등 모바일 단말기 전용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시장점유율은 세계 70%에 이르렀다.

아사히카세이의 전자 콤파스는 검출에 홀 소자를 사용하고 있고, 측정 범위가 넓다. 또한 이를 ASIC와 원 칩화한 모놀리식 제품으로 전개, 타사에 비해 큰 폭의 소형화를 실현했다. 자기 박막이라는 기술은 대부분의 회사가 버렸다. 그러나 아사히카세이는 그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미야자키에서 오랫동안 취재한 끝에 아사히카세이의 한 간부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선택과 집중을 외면하고 개발이나 제조를 버리지 않고 다각화 노선을 취했나?” 이 질문에 돌아온 답은 다음과 같았다. “언제 무엇이 적중할지 모르니까. 10년 후 뭐가 적중할지 여부를 맞히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적합한 제품을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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