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벤처창업의 90%는 학생이 아니라 사내 기업가들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스탠퍼드대학 소렌슨(Sorenson) 교수의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한국의 경우 95%의 창업이 기업에서 비롯하고 있다고 한다.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 정책에서 사내 기업가가 핵심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이제 한국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우위를 위해 ‘파괴적 혁신’의 중요성을 인지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해야 파괴적 사내 혁신에 성공하느냐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내 기업가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다.
사내 혁신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 결과를 하나 소개한다. 20여개의 비슷한 혁신적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서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투입 예산과 투입 인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그런데 성공 프로젝트에는 모두 소위 ‘챔피언’이라는 사내 기업가가 있었던 반면, 실패 프로젝트에는 단 두 명의 ‘챔피언’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혁신적 프로젝트의 성공은 치밀한 연구관리자가 아니라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 사내 기업가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매뉴얼에 기반한 관리 체계로는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챔피언들은 성공해도 실패해도 조직을 떠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혁신을 실패하면 축출되고, 성공하면 질시받기 때문이다. 챔피언들은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와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아로 취급된다. 혁신의 본질은 갈등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오래된 기업은 ‘혁신적 괴짜’들은 사라지고 ‘사랑스러운 바보’들로 채워지게 돼 성장이 정체된다.
여기에서 체계적으로 챔피언들을 육성하는 사내 기업가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사내 기업가는 사내 혁신의 동력인 동시에 벤처창업의 원천이 되기에 기업 차원에서도 국가 차원에서도 절대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국가가 학생 창업과 사내 혁신 체계 구축에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사내 기업가 육성에 기울이는 노력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사내 기업가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조직과 별개로 신규 사업에 전념하는 독립 조직인 사내 벤처는 이제 기업 혁신의 주역들이 되어 가고 있다. IBM은 EBO(Emerging Business Organization)라는 사내 벤처를 통해 6년 만에 12억 달러의 신사업을 키워낸 바 있다. 이러한 사내 벤처를 기존 사업과 신사업이라는 양손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양손잡이 조직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양손잡이 조직을 도입한 기업의 90% 이상이 혁신적 신제품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기존의 기능 조직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경영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투시만(Tushman) 교수에 의해 발표된 바 있다. 구글, 듀퐁, 카길, 짐머 등 수많은 기업들의 다양한 사내 기업가 활동을 월코트(Wolcott) 교수가 분석하고 기업별로 도입 대안을 제시한 바도 있다. 한국의 네이버, 엔씨소프트, 다음 등도 사내 기업에서 출발한 벤처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과거 사내 기업가 혹은 사내 벤처에 대한 시도가 실패로 끝난 사례가 많다. 과거 실패 경험 때문에 사내 기업가 육성 자체를 부정하면 미래 경쟁에서 탈락한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 각사에 적합한 사내 기업가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인재들이 구글에 오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게 세상을 바꿀 권한을 주기 때문입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의 글이다. 사내 벤처를 육성해 혁신을 바라는데, 실패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혁신을 이끌 사내 기업가는 자율과 경쟁 속에서 나타나 정당한 보상 구조하에서 꽃피게 될 것이다.
사내 혁신의 리더십, 바로 사내 기업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