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사각지대에 놓였던 상가권리금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창업 위축 등 적잖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개정안의 큰 틀은 건물주(임대인)가 바뀌어도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임대인이 세입자(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했다. 이를 표준계약서로 명시하고, 신용보험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임차인의 권리가 대폭 강화되면서 임대인들의 권리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논쟁거리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의 권리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실효성과 부작용의 우려를 씻어 낼 만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악의적 건물주들의 횡포로부터 상가 임차인이 보호받을 장치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면서 “세입자의 권리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대다수의 임대인은 공실 우려, 재임대를 위한 중개수수료 등을 이유로 임차인이 바뀌는 것을 꺼려 한다”면서 “상권이 발달된 지역에서 일부 약탈적 행위가 있었던 것을 임대인 전체인 양 보는 시각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임대인에게 부여된 협력 의무의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의 업종을 가릴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도 “정당한 임대차계약을 맺어 상가를 빌려 줬지만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권리금 보호를 위해 재산권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며 “권리금 규모를 보고 향후 임대료를 높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표준계약서 마련에 따라 일종의 지하경제였던 상가 권리금 시장이 더욱 음지로 파고들지도 모른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영수증으로만 처리되던 권리금이 명문화되면서 노출을 꺼려하는 임차인 간 이면계약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종필 대표는 “권고 수준의 계약서를 쓸 거래 당사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세원 노출을 우려해 기존 임차인이 계약서 작성을 기피하거나 작성하더라도 권리금을 낮춰 적는 등 이면계약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으로 창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 대책이 법제화되면 기본적으로 상가 임차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창업 의지를 꺾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좋은 취지의 정책이 오히려 세입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