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공시 무산에 '단통법' 실효성 논란… ‘시장혼란’ 우려

입력 2014-09-25 08:45 수정 2014-09-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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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통법 분리공시를 두고 상임위원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태헌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했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보조금 분리공시 고시안이 결국 삭제되면서 통신 시장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오후 최성준 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어 내달 1일 시행되는 단통법 제·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제조사와 이통사의 보조금을 각각 공시하는 분리공시는 이날 오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한 삭제 권고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는 물론 대리점과 소비자들까지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취지에 맞게 분리공시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고시안이 삭제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분리공시제가 없는 단통법은 의미가 없다며 단통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이통사의 주장처럼 단통법에는 제조사 보조금과 이통사 보조금이 명확히 구분돼 공시되기 때문에, 중고 휴대전화로 개통할 경우 이통사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분리공시가 사라지면 제조사의 휴대전화 보조금과 이통사 보조금이 구분되지 않아 중고폰 개통 소비자들에게 얼마의 보조금 지급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분리공시가 삭제됐다는 소식에 이통사는 물론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단말기 시장의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분리공시제 도입이 필요했다”면서 “분리공시제가 제외되면서 단통법이 반쪽 법안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들도 “분리공시를 통해 소비자들이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한눈에 파악해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며 “단통법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야당 미방위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분리공시 없는 단통법은 ‘반쪽 시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법 시행을 통해 고가의 단말기 가격 현실화를 기대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무시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묵인한 채 특정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에만 치중한 만큼 관련 사안에 대해 재논의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론의 반대와 사회적 혼란이 불보듯 뻔하지만 분리공시가 삭제된 이유는 법령의 충돌 때문이다. 단통법 하위 법령인 고시에 분리공시 내용이 포함되면 상위법과 배치된 게 주 이유다.

단통법 12조는 이통사업자가 휴대전화 단말기의 판매량과 출고가, 이통사 지원금, 단말기 제조사의 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되 제조사별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작성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하위 법령인 고시에서는 이를 뒤집는 분리공시 조항이 있었고 결국 상위법인 단통법과 하위 고시가 상충된다는 의견이 규제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며 분리고시는 사라지게 됐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단말기 보조금은 30만원으로 의결되면서 소비자들은 대리점의 최고 15% 추가 보조금을 더해 34만5000원까지 단말기를 할인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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