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고령화가 세계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1960년 52세이던 평균수명이 2010년 79세로 급증했다. 현재의 고령화·저출산의 추세가 지속한다면 736년 뒤에 대한민국 인구가 소멸한다는 보고가 최근 국회에서 나왔다. 데이빗 콜먼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인구 소멸 1호 국가로 한국을 지명했다. 2000년 미국의 두 대학교수는 재미있는 내기를 벌였다. 텍사스대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가 “획기적 생의학 발전이 일어나 2150년까지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오스태드 교수는 노화방지약이 곧 나올 것이며, 이를 통해 인위적으로 노화를 막음으로써 수명을 150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일리노이대학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는 “생체 메커니즘을 억지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살려고 노력해 봐야 현재의 120세 장벽을 넘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150달러씩 걸고 이 돈을 150년간 주식시장에 묻어두기로 했다. 현재 추세대로 주가가 상승한다면 150년 뒤 금액이 5억 달러로 늘어난다. 2150년 150세의 ‘장수인간’이 나타나면 오스태드의 후손이 돈을 차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올샨스키의 후손이 차지하게 된다. 2150년까지는 아직도 136년이나 기다려야 하니 그 결과를 미리 알기는 불가능하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인간 수명 연구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오래 살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우선적으로 먹는 것에서 나타난다. 중국 진시황도 늙지 않는 ‘불로초’를 찾으려 노력했다. 늙지 않는 불로초를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발효식품으로 여겨진다. 세계적으로 장수 지역의 공통점은 발효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요구르트의 고향’ 불가리아는 대표적 장수 국가다. 요구르트는 유산균 보급을 통해 장 속에 남아있는 숙변을 제거하고 유익한 균을 강화시킨다. 스페인의 ‘하몽’, 일본의 ‘낫토’ 등도 대표적 장수 발효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농촌의 건강장수마을 거주자와 도시 지역 40대 이상 거주자들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분석한 결과, 농촌 장수마을 거주자들은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 비율이 도시 거주자보다 3~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효는 영양소가 증가되고 식품을 소화·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바꾸며, 유산균을 비롯한 여러 유익한 미생물이 나온다. 콜레스테롤 제거, 비만 예방, 면역력 강화, 자연치유력 증대, 항암효과까지 있다.
발효식품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세계적 선진국이다.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 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등 각종 장류와 젓갈, 식혜도 우수한 발효식품이다. 2000가지가 넘는다. 2006년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Health)’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김치 1g에는 1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으며, 막걸리 1병에는 요구르트보다 100배나 많은 약 700억~80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우리 발효식품은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다이어트 미용식품으로 마케팅에 성공한 홍초, ‘웰빙주’로 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막걸리는 대표적 수출효자 품목이다. 9월초 aT가 주관한 ‘대한민국 식품대전’에서도 외국 바이어들이 우리 발효식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제3의 물결’ 저자인 엘빈 토플러는 발효식품을 ‘제3의 맛’이라고 강조한다. 발효식품의 가능성은 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수식품, 건강식품, 기능성 식품, 웰빙식품으로 역할은 더욱 증대된다. 차별적 전략, 지속적 연구, 마케팅과 홍보가 뒷받침된다면 한국 식품은 최고급 ‘장수 식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