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금싸라기’로 재확인된 한전부지가 원래 봉은사(奉恩寺) 소유였는데, 조계종단이 이 땅을 1970년 정부에‘헐값(?)’으로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봉은사가 배출한 보우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역사적인 승려들이 저승에서 땅을 치고 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1969년 조계종 중앙종회는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었다. 지금의 서울 삼성동 한전본사 터를 정부에 파드냐, 마느냐로 문제를 두고서였다. 당시 한전 터는 봉은사 소유의 땅이었다. 조계종은 옛 총무원 건물인 불교회관 건립과 동국대에 필요한 공무원교육원 매입을 위해 큰돈이 필요하게 되자 종단의 유휴지를 매각하려 했다. 이 유휴지가 지금의 한전부지였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봉은사 주시 서운 스님과 법정 스님 등은 강하게 반대했다.
법정 스님은 당시 “불교회관 건립 문제는 급히 서두를 게 아니고 시간적 여유와 자체의 역량을 살펴가면서 널리 종단의 여론을 들어 일을 추진해야 한다. 봉은사 같은 중요 도량의 처분 문제는 적지 않은 일이므로 불자들 다수의 의견이 집약돼 역사적인 과오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종단은 이듬해인 1970년 1월 매각을 결정했고, 그해 6월 문공부는 봉은사 소유 부동산 매각을 허가했다. 불운의 전조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매각 2개월만인 8월 영동대교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강남 영동권역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결과론적으로 법정 스님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옳았다.
당시 조계종은 한전부지 땅을 평당 5300원씩, 10만평(33만578㎡)을 총 5억3000만원에 정부에 매각했다. 이는 70년도 강남 주변 땅값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때 서초를 비롯한 강남 인근의 땅 거래가는 평당 4000원~5000원 정도에 이뤄졌다.
평당 5300원과 지금 현대차그룹의 통큰 베팅 평당 4억3879만원은 무려 8만2500배가 넘는 차이다.
당시 물과가 단순 비교를 해보더라도 차이가 천문학적이다.
70년도 담배 1값은 10원, 시내버스요금 편도 10원, 택시비 60원, 쇠고기 1근 375원, 돼지고기 1근 208원 등 생필품 가격을 지금의 물가와 비교하면 최소 30배~최고 250배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
조계종 관계자는 "불교 역사에서 의미 있는 곳이 헐값에 정부에 넘어갔다가 다시 천문학적인 금액에 팔리는 걸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