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79) 동아제약 회장이 부인 박정재씨(78)와 이혼한 것과 때를 맞춰 4남인 강정석(42) 동아제약 전무가 4개월만에 동아제약 지분 매집에 나섬으로써 동아제약에 본격적인 ‘형제의 난’이 시작될 조짐이다.
◆ 강 회장 부인과 ‘황혼 이혼’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아제약 강정석 전무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회사 주식 1557주(0.02%)를 추가 매입해 보유지분을 종전 0.47%에서 0.49%(4만8239주)로 확대했다고 이날 밝혔다.
강 전무의 이번 주식 매입이 비록 규모는 미미하지만 향후 강 회장의 2세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매입 시기가 공교롭다. 최근 강 회장이 부인 박씨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강 전무의 지분 매입은 지난 4월말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그동안 강 회장 아들들의 입지 변화와 경영구조 변화 등 일련의 흐름들을 이번 주식 매입을 동아제약 2세들간의 대결구도와 결부지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은 네 아들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남 강의석씨(53)와 차남 강문석(45) 수석무역 부회장이 부인 박 씨의 소생이다.
◆ 강정석 전무 4개월만에 지분 매입
강 부회장은 지난 2003년초 강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면서 강 회장을 이을 후계자로 단연 첫손에 꼽혔다. 그러나 강 회장과의 갈등설이 흘러나오며 2004년말에는 강 회장인 전격적인 인사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강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떠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와중에 강정석 전무가 급부상했다. 강 부회장 퇴진 직후 동아제약의 실세 부문인 영업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는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후계자의 입지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강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동아제약그룹의 계열사인 수석무역의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후계구도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이 돼버렸던 것이다.
특히 올 3월에는 ‘박카스 신화’를 창조한 일등공신이자 강 회장의 최측근인 유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강 회장과 연구소장 출신인 김원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후계자들간 경쟁도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 2남 강문석 부회장-4남 강정석 전무 지분경쟁 신호탄인가
이 같은 상황에서 강 부회장은 지난 4월초부터 동아제약 지분 확대에 뛰어들었다. 지난 7월초까지 매수 행보는 이어져 이 기간 0.84%를 추가 매입해 지분을 3.73%로 늘려놨다.
이어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수석무역이 바통을 이어받아 7월말까지 0.93%를 추가매수해 지분을 1.86%로 확대했다.
이를 놓고도 증권가에서는 강문석 부회장이 동아제약 경영권을 위해 지분 확대에 나선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이 와중에 강 회장이 부인 박씨와 이혼하고 강정석 전무가 4개월만에 지분 매입에 나섬으로써 앞으로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강문석 부회장과 강정석 전무와의 지분 경쟁이 본격화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아제약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보면 자사주가 8.15%에 이르는 가운데 강신호 회장 5.20%, 강문석 부회장 3.73%, 유충식 부회장 2.60%, 수석무역 1.86%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을 비롯해 동아오츠카, 용마LOGIS, 수석, 한국신동공업, 동아시테크, 진아유리, D.A.C, 소주동아음료, 수석무역, 동아팜텍 등 10개 계열사를 거느린 동아제약 그룹의 후계구도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안개가 걷힐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