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문석 사장은 이 회사에 복직한 후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며 몸을 한껏 낮춰오다가 지난해 12월 동아제약 주식 5000주를 장내에서 추가 매입하면서 본격적인 지분경쟁에 나섰다. 이어 이달 11일, 13일 1724주를 사들여 지분을 2.91%(28만7310주)로 늘렸다.
수석무역측은 “강대표 스스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무척 꺼려하고 있는 상태이며 외부에서 본인과 동아제약을 연결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자 동아제약 회장인 강신호 회장의 차남.
그는 한때 동아제약의 부회장에 올라 차세대 경영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을 정도로 제약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재’로 알려져 있다.
강대표는 지난 87년 동아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갑자기 동아제약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부친 강신호 회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졌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부회장간에 동아제약의 지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이 밝혀지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부자간의 갈등의 표면상 이유는 박카스의 매출 부진에 따른 문책이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당시 신구 세력간의 갈등에서 나온 희생양이 강 대표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동아제약은 22년 동안 강 회장-손정삼 사장(작고)-유충식 부회장의 3각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이틈을 강문석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입지가 흔들려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당시 강신호 회장은 아들보다는 가신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강문석 대표는 회사를 떠났다.
강문석 대표가 떠나자 강신호 회장의 4남 강정석 전무(40)가 경영 전면에 급부상했다. 그는 현재 동아제약의 실세 요직인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강 전무 역시 이사 선임 이후 동아제약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0.43%(4만618주)에서 지난 13일 370주를 사들여 0.37%(3만6327주)로 늘렸다.
이 지분은 개인지분 순위에서 강신호 회장(5.20%)과 강문석 대표(2.91%)에 이어 3위다. 게다가 강 전무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상근 이사로 선임되면서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그를 두고 동아제약 안팎에서는 강 전무를 중심으로 차기 경영권 구도가 짜여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강신호 회장(사진)의 자녀중 첫째 강의석씨와 셋째 강우석씨는 동아제약에서 일하고 있지 않아 일찌감치 후계구도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다.
강문석 대표가 수석무역을 발판으로 재기를 시도할 경우 동아제약 2세들간의 경영권 전쟁은 본격적으로 표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강문석 대표와 강정석 전무의 한판승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이복형제간인 강 대표와 강 전무는 과거에도 경쟁의식이 강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강문석 대표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수석무역은 외산위스키 J&B를 수입·판매하는 주류업체. 이 회사는 현재 강 대표가 41.91%로 대주주이다. 매출이나 순익면에서는 아직 소규모이지만, J&B는 국내 바(Bar) 시장에서 점유율 12%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15년산 `리저브(Reserve)` 500㎖ 신제품을 내놓고 룸살롱, 단란주점을 공략하는 동시에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바 시장 수요를 확대해 나가는 등 공격경영을 통해 전년대비 20%의 매출신장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