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한국축구와 슈틸리케의 ‘윈윈’

입력 2014-09-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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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5일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선임 배경을 밝혔고 이후 3일 뒤인 8일 오후 그는 한국땅을 밟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도착 후 곧바로 한국과 우루과이 평가전을 관전했고 10일에는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K리그 클래식 경기 역시 현장에서 지켜봤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내에서도 그리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명장들의 경기를 접했고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한 이후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접촉하는 등 차기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팬들에게 슈틸리케라는 인물이 주는 외형적인 만족감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명장들은 속속 차기 행선지를 결정했고 축구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좁아졌다. 이름난 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결국 지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대표팀에 열정과 헌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이 지상과제였고 슈틸리케는 이렇게 선택한 인물이었다.

슈틸리케는 현역 시절 묀헨글라드바흐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활약했다. 지도자로서는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감독과 독일 청소년 대표팀 레벨에서 감독을 맡은 바 있다. 몇몇 클럽팀에서도 감독직을 맡았다.

화려했던 현역 경력과 달리 지도자로서는 큰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하지만 독일 청소년 대표팀과 2006 독일월드컵을 대비한 ‘팀 2006’을 맡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그가 유망주 발굴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과 독일축구협회(DFB)와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에게는 맞춤형 감독인 셈이다. 선수 발굴과 육성은 물론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과 협회 차원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가교를 얻은 셈이다.

정황상 슈틸리케는 축구협회가 처음부터 원했던 최상의 옵션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임은 분명하다. 지도자로서의 한 단계 도약을 꿈꾸는 슈틸리케에게도 마지막 기회다. 서로에게 윈윈이다.

여기에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질적으로 뛰어난 유망주들이 대거 출현했다. 손흥민, 기성용 등 젊은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현재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 챔피언십에서는 이승우, 장결희 등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의 선수들이 맹위를 떨치며 4강까지 진출해 2015년 칠레에서 열리는 17세 이하 월드컵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꿰면 보배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을 제대로 엮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바로 슈틸리케 감독이다.

물론 그에게도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익숙한 네덜란드 사령탑으로 복귀한 거스 히딩크 감독조차 유로 2016 예선을 포함해 복귀 후 두 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고전하고 있다. 슈틸리케가 낯선 한국에서 적응할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 스스로 선택한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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