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한국지사에 여풍이 불고 있다. 제약사들의 불법영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제약시장이 투명해 지고 있는 만큼, 우격다짐 방식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여성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한국BMS제약은 김은영 전 영업마케팅 총괄 책임자를 CEO로 전격 선임했다. 이로써 국내에는 모두 7명의 여성이 다국적 제약회사의 수장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부임한 조던 터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은영 대표는 74년생의 젊은 나이이지만, 경력 만큼은 백전노장이다.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김은영 사장은 올해 4월 한국BMS제약의 영업마케팅 총괄 책임자로 입사했으며, 직전에는 노바티스 싱가포르 지사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 근무하며 영업마케팅, 기업전략, 기업 전략적 제휴, 비즈니스 사업부 통솔 등의 업무를 맡은 바 있다.
김은영 사장은 “내부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높은 성과를 이뤄내는 조직과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BMS의 제품들이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번 째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첫 여성 CEO 탄생 테이프는 2012년 한국 얀센의 김옥연 대표가 끊었다. 김 대표는 특히 평사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 이후 레오파마 주상은 대표, 사노피아벤티스 배경은 대표, 젠자임코리아 박희경 사장,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리즈 채트윈 사장, 멀츠코리아 유수연 대표 등이 줄줄이 여성 CEO로 등극했다.
국내시장에 대한 ‘여성 7인방’의 감성 공략은 필러와 톡신 등 여성 특화제품을 생산하는 멀츠에서 잘 드러난다. 유수연 대표는 여성 CEO의 장점에 대해 여성의 입장에서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과, 직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열정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제약시장에 부는 우먼파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다국적제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해 9월 첫 여성 이사진에 배경은 대표와 김옥연 대표를 선출했고, 올해엔 부회장까지 김옥연 대표를 선임했다. 신임 이사진에는 리즈 채트윈 사장도 포함됐다.
반면 한국 제약사에서 여성을 CEO로 선임한 경우는 아직 없다. 한국 제약사는 전통적으로 오너십이 강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 제약사에게 CEO자리는 사실상 경영승계를 위한 요직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최근 연구개발이 중요해지면서 연구원 출신을 CEO로 선임하는 경우가 일부 있으나, 여성의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환경이 되기까지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게 업계의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불법영업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강해지면서 전통적이고 남성적인 경영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여성이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