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 역시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영효율성 제고와 함께 후계 구도를 위한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건설 계열사 합병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며 업계의 관심이 높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발표했다. 관련업계에서는 경영효율성을 위해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과의 합병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과 올 봄 현대엠코와의 합병으로 크게 덩치를 키운 현대엔지니어링이 어떤 식으로든 합병을 진행할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현대엠코의 최대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건설 계열사 합병을 통해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만들기를 위해서라도 회사 가치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 극대화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고 추가로 현대건설과 합병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형태로 엮여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모비스가 대주주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16.8%)을 매수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5조~7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31.88%와 현대엠코 지분 25.06%,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합병법인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3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만약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가 상장, 현대건설과의 합병으로 크게 높아지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쓰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심증이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엠코와 합병 후 내부적으로 재무 일정이나 내부 전산망 등 통합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최근 아파트 브랜드 역시 통합한다고 하는데 내부직원들은 시기의 문제일 뿐 합병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합병 뒤 주가는 상대가치로 정해지는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규모 차이가 커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고 시너지가 작다”면서 “특히 현대건설은 합병설이 나올 때마다 주가 하락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건설 관계자는 “엠코와의 합병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전혀 거론된 바가 없다”면서 “현재로선 합병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삼성중공업의 합병설로 우리까지 거론되는 거 같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