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활가전 중소·중견기업들이 중국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 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생활가전제품의 대표 해외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동시에, 국내 제품들을 모방한 중국산 ‘짝퉁제품’들도 함께 판을 치고 있어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 리홈쿠첸, 휴롬 등 국내 생활가전 중소ㆍ중견기업들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유통망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 1위 업체인 쿠쿠전자는 최근 중국 청도에 쿠쿠 브랜드샵 10호점을 오픈했다. 오는 2016년까지 총 20호점의 브랜드샵을 오픈한다는 계획으로, 쿠쿠전자는 중국 전 지역의 판매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리홈쿠첸도 최근 중국시장 유통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최고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 국영 면세점 CDFG 입점, 현지 3대 홈쇼핑 입점 등 연이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한국 전기밥솥제품이 정식으로 유통되고 한류 바람도 더해지면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식이 쌀인 같은 문화권인만큼, 중국시장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벌써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도 있다. 주스기제조업체 휴롬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휴롬은 지난해부터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쇼핑가와 백화점에 입점을 늘리면서 중국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렸다. 휴롬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중국 상위층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이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의 대표 해외시장이 되고 있지만, 그만큼 한국제품을 모방하는 '짝퉁제품'도 함께 늘고 있어 업체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휴롬은 최근 중국시장에 자사 주스기를 따라한 짝퉁제품을 발견했다. 디자인과 색상은 그대로 따라했지만, 핵심부품의 성능까지는 아직 구현하지 못한 상태다. 또 국내 전기밥솥제품 일부의 디자인을 모방한 중국산 제품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관련 업체들 역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쉽지 않다. 이제 막 중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기업과 분쟁을 일으키는 한국기업'이란 인식이 박혀 기업 이미지 하락이 우려돼서다.
중소 가전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큰 가전박람회를 갔더니, 일부 중국업체는 바이어들에게 대놓고 우리 제품과 디자인을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며 제안을 하더라"면서도 "하지만 최대한 잡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향후 사업에 도움이 될 거 같아 아직까지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짝퉁제품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첫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문제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웨이처럼 향후 중국 가전업체들이 단순한 디자인 모방이 아닌, 기술력까지 갖추게 되면 국내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직접적인 대응보다 코트라 등 정부 기관들을 통한 우회적인 대응법을 고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