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는 4년 전 자신의 열혈팬인 중년의 한 일본 남성을 캘리포니아주 자택으로 초대했다. 머스크는 그에게 자신의 로드스터스포츠카를 시승하도록 내줬으며 이후 이들은 급격히 친분을 쌓게 됐다. 머스크의 열혈팬을 자처한 인물은 바로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일본 토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
이들은 만난지 수주일 만에 여러가지 협력사업을 진척시켰다. 당시 토요타는 5000만 달러(약 519억원)어치의 테슬라 지분을 사들이기로 하고 당시 문을 닫았던 캘리포니아의 토요타 공장을 헐값인 4200만 달러에 테슬라에 넘기기로 했다. 이들은 또 토요타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모델인 라브(RAV)4를 전기차로 개조해 공동으로 재생산는 것은 물론 렉서스RX SUV 전기차 개발 협업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토요타와 테슬라의 우호관계가 와해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의 협력사업의 결과가 신통치 않은 탓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사가 공동 제작한 라브4의 판매가 현재까지 2000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들의 만남에 대해 관심을 쏟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와 세계 최고 전기차 업체의 만남이었던 만큼 토요타의 생산능력과 테슬라의 기술력 등 양사가 상호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들의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문제는 가격과 효율성이었다. 라브4의 가솔린 버전보다 2배나 넘는 가격(5만 달러)이 고객들에게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충전시설이 아직 충분치 않아 캘리포니아에서만 운전이 가능하는 등 주행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고객에게 외면받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여기에 개발과정에서 일본과 미국인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문화적 충돌이 양사 관계를 망쳐놨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공동 개발에 나선 프로젝트에서 차량 디자인에서부터 부품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인해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의 컨설팅 회사인 인텔리전스오토모티브아시아의 아쉬빈 초타이 컨설턴트는 “양사는 이미 성공한 업체들이기 때문에 함께하는 게 의미가 없으며 이들은 서로 도움 없이도 앞으로 계속 성공할 것”이라면서 “협력 때문에 양측이 자신의 지위가 흔들린다고 판단하면 상황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현재 테슬라가 주력하는 전기차 시장에 거리를 두고 있으며 머스크가 ‘비웃는’ 연료전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