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세월호, 윤 일병 그리고 사회자본

입력 2014-08-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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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얼마 전 뉴스에서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추세가 심각하다면서, 2100년대에는 노인 인구가 절반을 차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젊은층들의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보도를 봤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아이를 많이 낳아 애국하자는 취지의 보도인 것 같다. 애국도 좋다. 그리고 아이들 많이 낳는 것이 노후에 외롭지 않아 개인을 위해서도 좋은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같은 사회에서 과연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할까.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때문에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민들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특히 고등학생 정도의 자식을 둔 부모들은 이런 사회에서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불과 얼마 전에도 해병대 캠프 때문에 귀중한 우리 자식들 목숨이 사라졌는데, 이번에 또 다시 이런 참사가 터졌으니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엔 윤 일병 사건이 터졌다.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대학을 무사히 보냈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 정도 되면 아이 낳고 기르는 과정이 거의 공포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국가적으로 인구 감소가 큰 문제이니 아이 많이 낳으라고 얘기한다면 이는 파렴치한 일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아이 낳고 기르는 데 교육비가 많이 들어 더 낳기가 어렵다는 식의 항변은 사치스러운 주장이다.

교육비 문제는 고사하고, 우리 아이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사회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가나 정부가 그렇게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면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사회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정부는 이번에도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고, 장관이 사과하며 온갖 호들갑을 다 떨고 있지만 이런 모습을 한두 번 본 것은 아니다. 일이 터지면 항상 주무부서 장관이 사과하고 또 대책을 강구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우리 아이만은 괜찮기를 빌 수밖에 없는 지극히 무기력한 상황에 온 국민이 빠져 있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이런 신뢰 상실은 상당히 비싼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 만든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신뢰는 바로 사회자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회자본은 1800년대 말 알렉산더 드 토크빌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사회과학이 이 용어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시민사회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바로 이 용어의 핵심에는 사회적 신뢰가 존재한다. 사회적 신뢰가 있어야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가장 기본적인 사회자본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신뢰관계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국가개조를 한다고 외쳐도 국민들이 정부 자체를 믿지 못할 것임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는 아무런 일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정부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신뢰 상실은 비단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골이 오히려 더 깊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도 사건이 터지면 금방이라도 어마어마한 대책을 내놓을 것 같다가도 자기들끼리의 싸움에 몰두해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를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정부도 믿을 수 없고 그렇다고 갈등 조정 기능이 있는 정치권도 믿을 수 없는 아주 불행한 처지에 빠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들이 먼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에 대해 항의하고 정치권에 대해서는 다음 번 선거에서 매서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유권자들이 말랑말랑하게 보이니까 정치권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부도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좀 무서워지자. 그래야만 우리 자식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회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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