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TV,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1등 자리를 빼앗기자 연합세력으로 결집해 대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 일본 전자 업체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몰락한 전자 왕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적극적인 합종연횡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업계는 최근 소니,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합작 법인(JOLED) 설립 계획 발표가 일본 전자업체들의 재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2년 소니, 도시바, 히타치가 힘을 합쳐 만든 JDI를 구심점으로 또 다시 연합체가 탄생할 예정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JOLED는 내년 1월 출범 예정으로 의결권은 민관 공동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75%, JDI 15%, 소니·파나소닉 각 5%인 것으로 알려졌다. JOLED는 태블릿, 노트북PC용 OLED를 비롯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JOLED 설립 계획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측은 경쟁사들의 참여로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JOLED 설립은) LCD에서 OLED로 세대교체가 시작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기술 안정화 등을 고려해 볼 때 JOLED에서 만드는 제품의 시장성은 5년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합종연횡은 3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도시바와 소니의 중소형 LCD 패널 사업 통합 △2013년 후지쯔, 파나소닉 시스템LSI 사업 통합 등이 있다. 특히 파나소닉의 경우 지난해 PDP TV 사업에서 손을 뗀 데 이어 지난 5월 OLED TV 시장에서도 전격 철수했다. 대신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역량을 집중해 삼성전자, 대만 TSMC 등과의 경쟁할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쪽으로 변화한 IT(정보기술) 시장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하드웨어에만 고집한 것이 패인”이라며 “절치부심한 일본 업체들이 삼성·LG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기자 서로의 힘을 합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 전자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앞세운 신사업이 국내 업체들과 겹치는 만큼 또 한 번의 치열한 한일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소니의 스마트폰용 카메라 이미지센서(CIS)를 비롯해 파나소닉-2차전지, 도시바-헬스케어, 샤프-대형 LCD 등 이들 업체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성장동력은 삼성·LG와 상당부분 중복되어 있다.
한 전자업체 임원은 “헬스케어, 2차전지 등은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양국 기업들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펼쳐질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