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교인 과세 방안과 관련해 “기재부가 종교계와 협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종교인들 간 합의가 덜 이뤄졌다”면서 “신앙의 자유, 자발성에 기초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2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도 종교인에 대한 과세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아울러 다음달 초에 나올 세법개정안에도 관련 방안이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고 있다. 과세에 대한 갑론을박 논쟁은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는 갑종근로소득세를 내야한다"고 종교인 과세문제를 첫 거론했지만 당시엔 종교계가 반대해서 무산됐다. 이후 다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2년 당시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강력하게 추진하면서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논리 등에 휘말리며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이 일은 많은 국민의 대부분이 종교인 과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극렬한 반대를 보이던 종교계도 한발 물러서게 됐다.
지난해 이후 탄력을 받은 기재부의 움직임은 적극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득세법 3대 입법과제(소득세 과표, 금융소득, 종교인 과세)로 손꼽을 만큼, 종교인 과세추진에 자신감도 보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비교적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에서는 2015년부터 종교인 전체소득의 20%에 소득세를 매기는 방안을 발표했고 올 2월 임시국회에서는 사례금 대신 아예 ‘종교인 소득’을 신설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비교적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다시 여론이 잠잠해지자 종교계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 부총리의 취임과 함께 종교인 과세방안은 추진력을 잃게 됐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세 형평성 실현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번 정부 내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