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최수현 원장의 위신의 폭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 당국 수장 입장에서 힘주어 밝혔던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제재를 신속히 내리겠다”라는 호언장담이 한 달 만에 허풍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차관급 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올해 초부터 심심치 않게 나왔던 금감원장 교체설이 최근 최 부총리 취임과 금융권 징계 역풍과 맞물리면서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는 당초 금감원이 약속했던 시일을 몇 차례 넘기자 색이 퇴색된 게 사실입니다. 감사원의 제재 보류 요청과 금융회사들의 로비설 등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제재 결과가 나와도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에 금감원은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느라 제재심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일 뿐, 정치석 해석과 징계 수위 완화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재 조기 종료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입니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파워게임 양상으로 확대된 사실을 금감원만이 끝내 거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장에서는 오는 24일 열리는 네 번째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못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KB금융 건은 여전히 관련자 진술과 질의응답 절차가 남아 있어 다음달로 넘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다음달 금감원에 대해 대대적인 종합감사에 착수한다고 합니다. KB금융 징계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에서 압박하는 강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감사원 종합감사가 펼쳐지고 있는데 금감원이 임영록 KB금융 회장에 대해 중징계안을 고수할지, 설득력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만일 감사원이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이관을 적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모두 경징계로 감경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시장에선 현재 제재 일정이 당초 금감원의 속내였다고들 합니다. 지난 6월 26일 첫 제재심과 7월 3일, 17일에 열린 제재심 모두 오후 9시 전에 끝났습니다. 과거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징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정을 넘는 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최 원장의 발언의 의미는 없습니다.
일련이 상황을 정리했을 때, 또 다시 독박을 쓴 금감원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의 위신과 제재 결과의 객관성의 연결고리도 상실한 채 스스로 독박을 쓰는 사례가 됐습니다.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한 감독 책임 회피와 최 원장의 자리보전 욕심이 스스로를 욕보이는 자충수가 될 게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