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원뱅크 체제로의 조기 통합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하나금융 경영진 3金(김정태·김한조·김종준)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운을 뗀 조기 통합에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총대를 메고 연일 직원들과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본격적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반면 앞서 거취 논란에 휩싸였던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여전히 자진 사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에 힘을 보태면서 김 회장의 조기 통합 방침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날 이사회는 긴급안건으로 올라온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 추진 결의의 건’을 상정해 6명의 사외이사를 포함, 9명의 이사진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13일 진행됐던 135명 그룹 전체 임원이 참석한 워크숍에서도 조기 통합 결의문을 속전속결로 채택하며 사전 준비작업이 상당기간 이뤄진 상황임을 짐작하게 했다.
사실 김 회장의 조기 통합론은 지난 3월 윤용로 전 행장 대신 김한조 행장을 내정하면서 비공식적 포문을 열었다. 현재 정통 외환맨인 김 행장은 김 회장의 발언 이후 일주일 단위로 사내 메시지를 통해 조기 통합의 정당성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통합 과정을 추진하겠다”며 사내 불안심리를 다독이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첫 통합은행장이라는 업계의 관심이 자연스레 김한조 행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는 김종준 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종준 행장은 다음달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과 관련해 추가 징계가 예고된 만큼 자진 사퇴 압박과 함께 조기 통합 이슈에서 소외되는 분위기다. 하나은행 안팎에선 KT ENS 재제와 관련해 김종준 행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조기 통합에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 입장에선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행장을 보호하려는 듯한 불필요한 오해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추가 징계 시 금융당국과 더 이상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