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작년 말 내놨던 자구안의 80%를 달성하면서 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금융 3사와 반얀트리 호텔을 매각하면 자구안이 종료된다. 하지만 현 회장은 속내는 여전히 편치가 않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라 할 만한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탓이다. 이에 현 회장은 올해도 여름휴가를 생략했다.
현대그룹은 17일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코퍼레이션과 공동으로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보유 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 전량을 60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은 SPC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설 SPC 자본금은 3400억원으로 오릭스 측이 자본금의 70%(2400억원)를 출자하고, 나머지 30%(1000억원) 가량은 현대상선이 부담해 공동주주로 나선다. 향후 신설 SPC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재매각할 경우 현대그룹은 원금과 함께 투자차익을 오릭스와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를 매입한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매각으로 자구안 대부분을 사실상 마무리하게 됐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000억원의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LNG운송사업 부문 매각, 신한·KB금융지주 등 보유주식 매각, 외자 유치 등을 통해 6개월간 약 2조7000억원, 80% 이상의 자구안을 달성했다.
문제는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실적이다. 세 회사 모두 대내외 문제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 현대상선은 해운업황의 악화로 2011년부터 수천억원의 영업·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인건비와 용선료를 줄이는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현대아산 역시 남북관계 냉각으로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관계 회복에 나서지 않는 이상 주력 사업인 금강산 관광 재개가 어렵다. 또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체 영업으로는 이익을 내고 있으나 현대상선 지분 보유에 따른 지분법 손실 및 파생상품 계약 손실에 수 천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사업 부문과 계열사 매각,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현정은 회장의 손발이 다 묶인 격”이라며 “현대그룹 3개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