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지하경제 양성화’가 무리한 징세행정이란 비판 속에 사실상 한계에 부딪힌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복지확대 등 각종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 향후 5년간 50조7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조2000억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로 3조1000억원을 거둬들여, 2조7000억원을 걷겠다던 본래 계획을 약 16% 초과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표면상으론 지하경제 양성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가 앞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의 성과는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강화를 비롯한 각종 제도 개편,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활용의 증가와 세무조사가 강화된 데 따른 일회적 성과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정부가 지하경제의 4대 분야 중 하나로 지목한 고소득 자영업자의 조사인원은 2012년 598명에서 지난해 712명으로 20.6%나 늘었고, 1인당 부과세액도 전년도 6억2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증가했다.
조세 불복 심판 건수도 급증,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조세불복 신청은 7883건으로 전년(6424건)에 비해 22.7% 늘었다. 2008~2012년 연평균 증가율인 5.2%를 4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덩달아 조세 불복 소송 인용률(국가 패소)도 증가해, 정부 패소율은 지난해 32.9%(지방세 제외)로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5만원권 회수율이 올 1~5월 27.7%로 전년 동기(52.3%)보다 급감한 것도 지하경제 양성화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지하경제 양성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정부의 태도도 조금씩 후퇴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로 2조1000억원의 세수를 거두기 위해 4조7000억원(징수율 45%)을 부과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 3조6000억원을 위해 8조원을 부과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목표달성이 불가능하고, 세무조사 강화에 따른 반발도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정부도 인지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6일 국무회의 이후 공식회의에서 더 이상 지하경제 양성화를 언급하지 않고 있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증세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세수확충의 한 축으로 특별히 강조됐던 지하경제 양성화의 정책 실패가 확인되고 있어, 이제라도 현실적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다른 세수 확보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과도한 세무조사를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는 가급적 제한하는 게 맞다”면서도 “정부의 재원조달계획은 어려운 과제지만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