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로 인해 고수익 냈으나…이제는 리스크관리 할 때
최근 몇 년 사이 상호저축은행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일 총수신고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순이익 규모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결제원에 가입하고 국고수납 등 다양한 업무가 허용돼 저축은행의 수익다변화와 함께 고객의 편의성을 한껏 높이기까지 했다.
특히 지난 4일부터는 개인 및 기업에 대한 동일인 여신한도가 확대돼 영업력도 더욱 강화되게 됐다.
이러한 대외내적인 성장세로 인해 현재 공석인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자리를 탐내는 인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김유성 회장이 물러난 후 2개월째 공석중인 중앙회장을 놓고 현재 김석원 전 예보 부사장, 강상백 전 금감원 부원장보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외에도 3~4명의 인사가 중앙회장 자리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중앙회장 직을 맡겠다는 인사가 없어서 회장 선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또 이 때문에 3개월 정도씩 공석으로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및 신인도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종사자들은 영업적인 면에서 아직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자산이 늘고 수익도 크게 내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실제 영업상황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작이다.
특히 부동산 기획대출(PF대출)로 큰 수익을 거두고 있으나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과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손명환 제일저축은행 대표는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PF대출 등 특별한 부문에서 큰 이익을 얻어 수익을 낸 것”이라며 “그러나 은행이 PF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을 잠식 당하고 있으며, 또 현재는 마땅한 PF 물건도 없어 PF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선교 프라임저축은행 대표는 “지금은 경영을 잘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쉽게 풀리지도 않을 것 같고, 이 문제가 세금폭탄으로 돌아가면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또 저축은행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는 점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장점이 의사결정의 신속성인데, 몸집이 비대해지면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이미 대형화되고 고수익 상품에 길들어져 사실상 중단된 PF대출을 대신할 또 다른 ‘대박 상품’을 찾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류병교 푸른2저축은행 이사는 “근본적으로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다워야 한다”며 “저축은행은 전문이 토끼 사냥이지 멧돼지 사냥이 아니다. 신기루에 맛이 들려있다는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새로운 수익원 개발과 리스크 관리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처방전들을 내리고 있다.
이문원 솔로몬저축은행 이사는 “은행에서 바젤2를 시행하면 놓치는 부문이 있을텐데 이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저축은행의 수익원이었던 PF대출은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조심스러운 만큼 저축은행 내부적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저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교 프라임저축은행 대표도 “PF대출도 과거 소액신용대출처럼 사이클 하락 시점에 도달했다”며 “이 사이클을 어떻게 비껴나가고, 새로운 수익원을 어디서 찾아 내 바꿀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제약도 보다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상황이 괜찮지만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는 미지수”라며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제약 때문에 못하는 것이 많은 상황으로, 은행과도 시장경쟁체제 하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