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 전쟁’이 시작됐다. 시침과 분침만 있는 아날로그 시계 얘기가 아니다. 외형만 손목 시계일 뿐, 스마트폰과 연결돼 발신자를 표시해주고, 인터넷 연결도 가능한 ‘스마트 워치’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스마트워치 세계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2340만대, 2016년에는 39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에는 5000만대를 넘어선 5510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포화된 스마트폰 산업의 범위가 파생 상품격인 스마트워치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이미 제품을 출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축으로 연내에 제품을 출시할 애플, 모토로라가 가세하면서 올 하반기에 본격적인 스마트워치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LG, 주력 기술 시계에 담았다 = 같은 시기 스마트워치를 선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 사가 가지고 있는 주력 기술을 제품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출시한 ‘기어 라이브’와 LG전자가 처음으로 선보인 ‘G워치’의 공통점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적용했다.
두 제품 모두 생활 방수·방진이 가능하도록 IP67 인증을 획득했다. 이 등급은 먼지가 통과되지 않고(방진 6등급), 최고 1m 수심에서 30분까지(방수 7등급) 견딜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대표적인 이 두 가지 기능 이외에 디자인과 강점은 다르다.
우선 삼성전자는 앞서 ‘기어 시리즈’로 쌓아온 스마트워치 기술력을 이번 기어 라이브에도 그대로 담았다. 특히 전작인 ‘기어핏’은 물론 삼성 스마트폰에도 탑재하고 있는 심박센서 기능을 기어 라이브에도 적용했다. G워치보다 4g 정도 가벼운 것도 눈에 띈다.
기어 라이브를 통해 사용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뉴스나 쇼핑 정보 등 특화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는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기기를 활성화해 알람 설정, 일정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LG전자는 강점인 디스플레이에 주력했다. 화면은 1.65인치로 기어 라이브(1.63인치)보다 조금 더 크다. 여기에 24시간 내내 화면이 꺼지지 않는 ‘올웨이즈 온(Always-On)’ 기능을 넣었다. 제품에 탑재된 센서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화면을 밝게 해주고, 대기 상태에서는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져 배터리가 덜 소모된다. 배터리 용량도 400mAh로, 기어 라이브(300mAh)보다 큰 용량을 채택했다.
G워치 역시 음성인식 기반의 구글 나우 서비스를 제공한다. 별도의 화면 조작 없이 음성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일정 검색, 메일 관리를 할 수 있다.
◇애플-모토로라도 대중 공개 임박 = 아직 제품을 내놓지 않은 애플과 모토로라 역시 스마트워치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10월에 ‘아이워치(가칭)’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모토로라는 ‘모토 360’를 올 여름 시즌에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의 아이워치는 전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화제의 제품이다. 그도 그럴것이 애플이 선보이는 첫 스마트워치일 뿐만 아니라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를 탑재하면서 어떤 기능을 구현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중에 출시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스마트워치는 삼성전자의 타이젠OS를 제외하고 대부분 구글의 안드로이드OS를 채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워치에 건강관리 기능을 포함해 10가지 기능을 탑재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계해서 사용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운용 가능한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예상부터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는 추측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애플의 아이워치 등장으로 구글이 주도권을 잡았던 스마트워치 OS 시장 경쟁도 가속화될 조짐이다.
모토로라는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이미 출시된 스마트워치의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기술 적용 여부를 떠나 사각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원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아날로그 감성을 디자인에 녹여냈다.
실제 지난달에 열린 ‘구글 I/O 개발자 콘퍼런스’에 모토 360을 써 본 유저들은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워치 중 가장 스타일리시하다”고 호평했다. 스마트워치 기능이 아직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모토로라의 디자인이 오히려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