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징계 수위 결정이 또 다시 연기됐다.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대해 감사원이 제동 걸었기 때문이다. 이젠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금융감독원 고유의 제재 권한을 빼앗는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KB금융과 국민은행 징계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에도 제재심의위를 열어 같은 안건을 다뤘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소명만 듣고 시간부족을 내세워 제재 결정을 연기했다.
지난달 초 중징계 통보를 할때까지만해도 신속엄정을 외치던 금감원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감사원 때문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금융위는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당시 국민은행의 고객정보를 가져간 것은 ‘신용정보법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에 대해 금융지주회사법상 문제가 없다는 뜻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더욱이 감사원은 금감원 임원까지 호출해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것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KB 수뇌부 제재 결정이 더 연기될 수 있단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감사원의 의견을 우선 청취하겠다”고 말해 최종 제재가 확정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이제는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일부는 오는 7일 감사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추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KB제재가 사안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정치력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은 이달 말까지 제재를 신속하게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며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