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좌고우면] 이주열 한은 총재의 담

입력 2014-07-04 10:56 수정 2014-07-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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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최고 매너남답게 재킷을 벗을 때마다 미소를 띠며 주변 사람들에게 “벗어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지난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간담회를 마치고 재킷을 입던 이 총재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어깨의 담(痰) 때문이다. 취임 후 생긴 어깨통증으로 즐겨 치던 테니스도 줄곳 하지 못했단다. 한은 총재 자리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가 3월 내정된 후 일성으로 “정말 중요한 시기에 한은 총재라는 중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그에 앞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부담감을 솔직히 토로했던 모습도 떠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후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이 총재가 풀어야하는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졌다. 우선 금리시장은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이긴 격이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후보자가 임명도 되기 전에 성장론자인 그의 성향이 부각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최 후보자가 금리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금리시장의 주도권이 현정권 실세인 최 후보자에 넘어간 모습이다.

반면 정작 기준금리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이 총재는 ‘산 사마의’와 같이 존재감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 총재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리의 방향성을 인상으로 언급하는 등 그는 그의 매부리코 모양처럼 시장에서 ‘매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최근 세월호 사태의 여파 등 6월 경제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며 금리인상의 ‘깜빡이’를 껐다.

또한 시장 흐름을 어느 곳보다 빠르게 읽어내는 채권시장 사람들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최 후보자를 겪어본 많은 이들은 그가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인하 ‘압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현재도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보고 논리 개발에 한창이라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할까 내려야할까. 전문가들조차 이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음에 따라 필자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총재가 외압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국민 전체에 가장 적절한 방향으로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최경환 효과’를 기대하고 금리인하에 베팅한 수많은 시장 참가자들의 반발에도 말이다.

이 총재가 내정됐을 때 그의 능력과 인품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가 거센 대외 압력을 잘 견딜 수 있는 담(膽)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작은 부분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 총재의 ‘유리멘탈’이 친박중에서도 강골인 최 후보자의 ‘강철멘탈’과 최근 종종 비교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 총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다. 다만 만나본 많은 한은 사람들은 금리인하에 회의적이었다. 이 총재가 여전히 금리의 장기적 방향성을 인상에 뒀다면 앞으로 그는 외로움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 파스라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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