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정상가 판매를 고집하는 ‘노(NO)세일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다. 세일에 잘 참여하지 않았던 수입 브랜드들이 작년부터 일제히 세일 행렬에 동참했다. 올해 백화점 여름 정기세일에도 입점 브랜드 80% 이상이 세일에 동참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는 불황을 타개를 위해 오는 27일까지 한 달간 여름 정기세일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세일 시작일인 27일부터 닷새간 ‘대형 패밀리 세일’을 열고, 총 10억원 물량의 여름상품을 40~70% 할인 판매한다. 여성패션 브랜드 50여개가 참여해 약 6만벌의 의류를 판매하는 ‘스테디셀러 여름 상품전’도 동시 진행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에트로맨즈·DKNY·자딕앤볼테르 등의 수입 남성브랜드가 참여하는 ‘수입 남성의류대전’이, 무역센터점에서는 에스까다·마이클코어스 등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가 참여해 ‘선글라스 시즌오프 특가전’을 개최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아웃도어 패션과 유명 모피브랜드를 중심으로 할인행사를 연다.
이들 백화점 3사의 세일 규모는 점포별로 다르지만, 브랜드의 세일 참여율이 80%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브랜드들이 가격정책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행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노세일 브랜드로 평가받던 폴로와 랄프로렌, 빈폴, 컬럼비아, MCM, 버버리, 노스페이스 등도 노세일 정책을 버린지 오래다.
한편, 이 같은 추세에 역행하며 여전히 노세일을 외치는 일부 브랜드도 눈에 띈다.
패션업계에서는 타임, 마인, SJSJ, 시스템, 무이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섬이 대표적이다. 한섬은 전개하고 있는 모든 브랜드에 노세일 정책을 일관되게 적용한다.
한섬 측은 “일관된 노세일 브랜드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브랜드 로열티가 높다”면서 “탄탄한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 노세일 정책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년 내내 세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랜드숍 시장에서 유일하게 노세일 정책을 펼치고 있는 스킨푸드도 이목을 끈다.
우리투자증권이 분석한 ‘브랜드숍 할인 일수’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브랜드숍은 월 평균 28일을 할인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매출액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연중 세일’이 고착화 되면서 특별한 세일 행사없이는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브랜드 철학이 일환으로 노세일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경쟁 심화에 휘둘리는 것보다 오히려 (노세일이) 롱런하는 비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