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2일 열린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가 해경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에 대한 김관진 ‘왜곡 발언’ 논란으로 여야간 신경전 끝에 기관보고 사흘만의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번 충돌은 녹취록을 인용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광진 의원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사고 당일 오전 9시50분 청와대에서 (사고현장) 화면을 보여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해경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행하느라 구조활동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가 “다른 일은 그만두고 영상 중계 화면 배만 띄워라. 카톡으로라도 보내라. 내가 요청하는 게 아니다. VIP(박 대통령)가 좋아하고 제일 좋아하니까 그것부터 하라”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김 의원이 인용한 발언이 녹취록에 담기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했 . 조 의원은 “녹취록 어디에도 ‘VIP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특위 사퇴를 요구하며 오후 일정을 보이콧 해 오후 2시30분에 재개될 예정이던 기관보고는 결국 파행을 겪게 됐다. 이에 국조 파행에 분노한 희생자 가족 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성역없는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도 브리핑에서 “김 의원의 말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 저도 사과하겠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은 회의장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결국 김광진 의원은 “직접 대통령의 발언은 없었다. 사과한다”라며 유감을 표했고 특위는 약 5시간 가량 중단된 끝에 오후 7시30분부터 가까스로 속개됐다. 다만 회의 재개 직후 권성동 의원은 “국정조사가 파행해 유감스럽고, 일단 국정조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면서도 “거짓말을 한 김 의원을 교체하라는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편 회의가 중단된 사이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과 간사인 조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석균 해경청장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별도로 만났다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물병을 책상에 던지고, 조 의원에게 간사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불러 나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잠시 부대표실에 들러 음료를 마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