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정부의 자동차 연비 재검증 결과 발표와 관련 "부처간 고질적 영역 다툼이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부처 간에 고질적인 이 영역 다툼은 물론이고 또 조정 중에 있는 부처 간 이견이 그대로 밖으로 노출이 돼서 이 결과를 보고 국민과 업계가 혼란에 빠져서 정부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재검증 과정에서 정부 부처간 극심한 혼선을 노출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기획재정부가 중재한 재검증 결과 발표에서도 양부처는 끝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등 불협화음을 보여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질책에도 산업부와 국토부의 연비 분쟁은 쉽게 수그러들지 못할 전망이다.
정부의 연비조사가 혼선을 빚으면서 현대차 등 제작사들을 상대로 최대 2000여 명의 소비자들이 수천억원대의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법무법인 예율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자동차 연비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신청한 소비자는 총 1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율은 소비자 2000명을 모집해 이르면 오는 7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소송이 진행되면 산업부와 국토부는 법정에서 맞붙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의 경우 '연비 부적합'을 고수한 국토부의 자료를, 제작사의 경우 '적합'을 주장하는 산업부의 자료를 활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비자와 제작사가 각각 상이한 결과의 연비측정 발표를 근거로 삼을 경우 재판의 핵심은 결국 정부자료의 신뢰성에 귀결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이 경우 산업-국토 양부처 관계자들이 참고인으로 나와 연비측정 자료의 신뢰성을 증명해야할 상황 또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미봉합으로 끝나버린 산업부와 국토부의 연비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연비측정 결과를 두고 산업부 등을 향한 소비자들의 직접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비자가 정부의 연비측정을 신뢰해 차량을 구입했고 이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증명할 수 있다면 대(對)정부 소송도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재판여부를 고려치 않더라도 차동차 산업을 주관해온 산업부의 '체면'과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