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 대한전선 등 전기사용량을 측정하는 기계식 전력량계 생산업체들이 한국전력이 발주한 구매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짬짜미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최대 32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공공부문 입찰 나눠먹기’로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고 예산을 낭비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적극적인 제재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2일 한전 발주 기계식 전력량계 구매입찰에 참가한 LS산전, 대한전선, 피에스텍, 서창전기통신, 위지트, 위지트동도, 파워플러스콤, YPP, 동일계전, 디엠파워, 한산에이엠에스테크, 옴니시스템, 남전사, 두레콤 등 14개 업체와 한국제1ㆍ2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이들은 오는 27일까지 심사보고서를 검토한 후 의견이 있을 경우 공정위에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한전의 기계식 전력량계 입찰 과정에서 14개 전력량계 업체와 2개의 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가 각각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등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담합)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한전이 발주한 전기 소비량을 측정하는 장치인 기계식 전령량계의 구매 입찰 과정에서 물량을 일정 비율에 따라 배분하고 투찰가격과 낙찰 예정자를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사업자간 일명 ‘물량 나눠먹기’로 예정된 가격에 낙찰을 받아 원하는 입찰관련 수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또 사업자단체인 전력량계사업조합원은 공정거래법 제26조를 위반, 구성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계식 전력량계는 2010년 단종됐다.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의 ‘전자식 전력량계 보급 추진 방안’에 따라 2010년부터 기계식 전력량계를 원격 검침이 가능한 전자식 전력량계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적발된 담합행위는 2010년 이전의 연간 입찰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매년 1년 동안의 기계식 전력량계 구매 물량에 대한 단가입찰을 실시해 왔다. 400억원대 규모의 해당 입찰은 한전이 거의 유일한 수요처인데다 제조업체들의 1년 농사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담합유인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는 공기업 발주 입찰은 국가재정과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업체간 담합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히 제재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더기 과징금은 물론, 담합을 주도한 업체가 있을 경우 검찰 고발 등의 시정조치도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담합 사건의 경우, 관련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업체는 최대 326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된다. 다만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YPP와 디엠파워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5% 미만이며 관련 매출액이 50억 미만에 해당되고 피에스텍ㆍ서창ㆍ남전사는 중소기업이라는 점이 고려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에 대한 심사관의 조치의견일 뿐”이라며 “과징금 액수, 검찰 고발 여부 등 추후 소회의 또는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