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공이 크다. 병역문제로 군대를 세번인가 갔다오고 마약에도 손을 댔고, 그러나 개그맨 못지않게 끼가 많았던 싸이를 품은 사람이 바로 양 대표다.
강남스타일이 우연찮게(?) 성공하자 양 대표는 싸이를 미국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에게 맡겼다. 본인과 본인 회사의 한계를 알았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이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연한 자리에서 스쿠터 브라운을 만난 싸이는 양 대표에게 스쿠터 브라운과 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배신감도 들 만도 했을 텐데 양 대표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싸이의 제안을 수용했다.
젠틀맨 이후 국내 언론이 수시로 신곡 발표설을 보도하고 각종 루머가 난무하자 싸이는 양 대표에게 짜증도 내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양 대표는 꾹 참았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역사드라마 ‘정도전’에서 태조 이성계는 정도전에게 임금의 소임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정도전은 “듣는것, 참는 것, 품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양 대표는 정도전이 말한 임금의 소임를 모두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팀을 대거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경제팀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묻고 싶다. 언제 이들을 향해 들어주고, 참아주고, 품어준 적이 있었는지. 이들은 매일 ‘살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국회의 각종 모임에 불려다니다 보면 실무진과 제대로 회의 한 번 할 시간이 없다. 시간만 쫓기는 게 아니다. 정치논리나 여론에 끌려다니다 보면 소신 한 번 제대로 펼쳐보질 못한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장관은 파리 목숨이다. 각종 외풍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게 장관 자리다. 특히 장관들은 국회의원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든다. 입법, 사법, 행정 등 3권이 분리돼 운영되고 있지만 입법부인 국회의 막강한 권력은 사법부와 행정부를 압도한 지 오래다.
이번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책임만 추궁할 뿐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그저 청와대와 행정부를 향해 질타의 목소리만 높일 뿐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베이징에서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기업들은 일류를 넘보고 있다. 심지어 과거 ‘딴따라’라고 폄하하던 엔터테인먼트도 일류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관료와 정치는 어떤가. 그나마 관료가 정치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4류가 3류를 개혁하겠다고 하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관료사회를 일류로 키우기 위해선 우선 정치권부터라도 최소한 2류는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