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에게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가뭄의 단비’다. 잇단 금융사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가 예고된 상황에서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한번에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 이미지 개선 및 수익구조 다각화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특히 온갖 잡음 속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한 임영록 회장의 리더십 회복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아직까지 경영실태 평가, 중장기 성장비전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KB금융 임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M&A 성공시 총자산 408조 ‘거대 금융그룹’ 탄생 = KB금융이 LIG손보를 품에 안으면 총 자산 400조원에 달하는 ‘거대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게 된다.
올해 1분기 기준 KB금융의 자산은 387조6000억원이다. 20조6730억원의 LIG손보의 자산을 흡수하게 되면 자산이 408조여원이 된다. 자산 기준 2위인 하나금융지주(383조원)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
가장 긍정적인 점은 사업 부분별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다는 점이다. 현재 KB금융은 국민은행, 국민카드, 투자증권, 생명보험, 자산운용,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인베스트먼트, 신용정보, 데이타시스템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 가운데 은행의 매출기준 비중이 83%에 달한다. 반면 비은행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4.2%로 지주 전체 자산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임 회장은 취임 때부터 은행에 편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해 왔다. 만약 KB금융의 LIG손보 인수가 확정되면 KB금융은 금융지주 중 농협금융과 함께 손보사를 보유하게 된다.
◇‘M&A 잔혹사’ 종지부 찍나 = KB금융은 그동안 번번이 대형 M&A에서 고배를 마셨다.
첫번째 대형 딜 실패 트라우마는 2006년이다. 당시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경쟁사인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론스타와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론스타 ‘먹튀’ 논란과 감사원 조사, 검찰 수사 등이 잇따르자 인수를 포기했다.
2011년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에 승부수를 띄웠으나 금융권 안팎의 반대 여론에 밀려 M&A 계획을 접었다. 2012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어윤대 전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고가 매입’ 논란 속에 사외이사 설득에 실패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두고 NH농협금융 경쟁에서 패했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우리투자증권 이외에 패키지로 구성된 아비바생명보험과 저축은행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비록 우리파이낸셜 인수에 성공했지만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KB금융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은 LIG손해보험 인수 후에도 별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지양할 것”이라며 “손해보험업 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해당 회사와 직원들의 역량을 존중하고 축적된 금융업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상호간의 발전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성공까지 아직 산 넘어 산 =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잇단 금융사고로 임영록 회장과 KB금융에 중징계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가 확정되면 리더십 공백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인수에 성공해도 재무적인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LIG손보의 올해 예상 순자본과 KB금융의 인수지분(19.38%), 인수 금액을 함께 고려할 때 LIG손보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9배에 인수하는 셈”이라며 “이는 KB금융지주의 ROE를 0.02%포인트 올리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합병에 따른 양사의 시너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면 총 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90.7%에서 85.2%로 낮아지게 된다. LIG손보 입장에서도 KB금융 계열사가 되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채널을 통해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장기간 대형 M&A 기회를 살리지 못한 가운데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며 “KB금융의 관리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해소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