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위해 일찌감치 삼일PwC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화우 등 실력자들로 자문사단을 꾸렸다. 이도 모자라 세계적 사모펀드그룹인 ‘블랙스톤’까지 재무자문사로 내세우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차 회장의 참여로 1000억원대 후반 수준으로 평가됐던 인수가격도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차 회장이 드림파마에 제대로 꽂힌 이유는 높은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그는 차병원그룹을 국내 최대의 비만 클리닉으로 키워냈다. 드림파마 역시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강점을 두고 있는 제약사다. ‘푸링’, ‘푸리민’ 등 항정신성 비만치료제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특히나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차 회장이 드림파마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차 회장이 평소 “차병원그룹을 ‘생명공학그룹’으로 키워 나가자”고 자주 언급한 점에서도 이번 드림파마 인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차병원그룹은 제약사를 제외하고 거대 병원이 거느릴 수 있는 대부분의 계열사를 확보한 상태다. 그는 최근 경기 분당에 바이오 종합연구센터인 차바이오콤플렉스까지 준공하고, 초대 원장에 직접 이름을 올리며 생명공학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 제약사만 확보하면 국내 최대의 바이오그룹으로 발돋움, ‘병원-바이오-제약’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계열사의 적자 폭 확대가 차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차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21개 계열사 중 9곳이 총 74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차 회장은 계열사 적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번 계열사 적자는 투자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지난해 미국 자회사에서 물적분할을 했고, 5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차메디텍은 매출 회복에 시간이 걸리며, 4억원의 적자를 본 씨에이치오는 설립비용이 커 아직 매출이 없는 상태다. 백신 연구개발 역시 10년을 두고 투자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적자는 당연하다는 것. 게다가 차병원그룹은 2조원 가까이 되는 연매출을 올리고 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 중인 장로병원까지 합치면 병상이 3500병상에 달하는 만큼 이번 인수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차 회장은 일단 하겠다고 하면 반드시 해내는 ‘뚝심’으로 유명하다. 양의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던 대체의학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 안팎의 이견에도 차의과학대학에 대체의학대학원을 신설하는가 하면, 망해 가던 병원인 장로병원을 인수한 뒤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이번 인수전에도 그의 뚝심이 작용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