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 주목하고 있지 않던, 한국에서도 톱은 아니었던 싸이가 2012년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강타할 때만 해도 싸이는 싸이다웠고, 그의 음악에는 메시지가 존재했다. 2014년, 전 세계의 주목 속에 신곡 ‘행오버’를 발표한 싸이는 ‘싸이다움’을 ‘B급’과 동일시했는지 ‘B급’에 묻혀버렸고, 결국 싸이다움을 잃어버렸다.
9일 오전 8시 15분 싸이가 신곡 ‘행오버’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카운트다운까지 해가며 기대 속에 뚜껑을 연 ‘행오버’는 (적어도)한국 팬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표면적으로는 스눕독과의 협업에 있어서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은 모습이다. 스눕독을 뮤지션으로 존중한 처세인지, 국제가수를 의식한 싸이의 방심인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싸이의’ 음악을 기대했던 국내 팬들에게는 전면에 부각된 스눕독의 분량이 아쉬움을 남긴다.
아쉬운 점은 국내 팬 뿐 아닐 터. 싸이의 싸이다움은 ‘강남스타일’의 ‘강남’과 같이 지극히 한국의 것에서 기인하는데 ‘행오버’에서 싸이가 의식한 ‘한국의’ 정서가 ‘개판 오분전’의 술 문화였다면 한국인은 부끄럽거나 혹은 수치스러울 것이고 세계인은 눈살을 찌푸릴지 모를 일이다.
술, 여자, 싸움, 오버이트 그리고 행오버… 한국의 술 문화를 역설하는 게 아닐 라면 이번 ‘행오버’에 담긴 메시지를 어느 행간에서 읽어야 할 지 싸이 스스로 ‘콕’ 집어 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포인트 없는 가사의 나열이요, 의미 없는 라임의 연속이다.
뮤직비디오도 산만하다는 지적이다. 지드래곤과 씨엘의 등장에는 반전이 없고, (아직 무대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안무는 산만하다. 싸이 특유의 적극적인 코믹도 말미에 잠시 뿐이다. 그저 한국의 술 문화, 그것도 난삽한 술 문화의 깊은 그늘만 전 세계인들에게 까발리는 것 그 이상의 의미도 없어 보인다.
네티즌의 반응도 예상대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네티즌들은 “‘강남스타일’로 폭발했던 싸이가 ‘젠틀맨’으로 주춤하더니 ‘행오버’로 마무리를 국제가수 행보의 마무리를 짓겠다” “‘행오버’ 뮤직비디오, 한국 사람들 무시하는 감성팔이로 밖에 안 보인다” “이건 정말 걱정된다. 술 마시고 여자나 꼬시고, 끌어안고…우리나라 안 좋은 면만 너무 적나라하게 알리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그냥 웃기만 할 수 없는 뮤비” “기대 많이 했는데 허탈하다” “이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우리나라 이미지 어떻게 되겠나?”라며 비난 일색이다.
‘행오버’에 대한 반응은 주식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9일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싸이 테마주가 일제히 하락세다. 오후 12시 33분 기준 YG엔터테인먼트는 전날보다 3.95% 내린 4만2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싸이의 부친이 대주주인 디아이는 전날보다 13.03% 폭락한 1만2350원을, 싸이의 캐릭터 판권을 갖고 있는 오로라도 1만8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3% 주저앉았다.
2001년 데뷔 후부터 줄곧 ‘날라리’ 이미지를 고수했던 싸이는 제 멋대로 이미지 속에서 뚝심있는 사상을 메시지로 담았다. 덕분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싸이의 음악에는 “챔피언”을 외치는 건실함이 있었고 “정신차려야지”라는 자각이 있었다. ‘강남스타일’에서는 “근육보다 울퉁불퉁한 사상”이 깃든 노랫말이 다수의 공감을 얻었지만 ‘행오버’는 한국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까발리는’ 데 그치지 않았나 고심해 볼 일이다.